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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돌파] 韓 원유의존도 OECD 1위…'스크루플레이션' 위험

2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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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돌파 때 성장률 0.3%p↓ 150달러 넘으면 0.8%p↓

서민 경제 쥐어짜는 '스크루플레이션' 온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에 '오일 쇼크'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 원유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경제 성장 둔화 속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과 서민 경제를 쥐어짜는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이 동시에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경제 활동에 소비되는 원유량이 주요 경쟁국 대비 압도적으로 많아 글로벌 에너지 위기 시 타격이 상대적으로 커 비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공사 서산 정부 비축기지 전경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韓 원유소비량 OECD 1위…원유 의존도 압도적

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이달 초 발표한 '오일 쇼크 발 스크루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 미-이란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오일 쇼크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한국이 지목됐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경제 원유의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1만달러당 원유소비량으로 추정한 것으로 한국은 GDP 1만달러당 5.63배럴을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의미다.

2위국인 칠레의 소비량은 GDP 1만달러당 4.73배럴, 3위인 그리스는 GDP 1만달러당 4.24배럴, 4위인 콜롬비아는 GDP 1만달러당 3.91배럴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원유 의존도는 신흥국 중에서는 러시아(6.46배럴)보다는 낮으나, 중국(3.19배럴), 브라질(4.31배럴), 인도(5.25배럴)보다 높다.

GDP 기준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 수준이지만, 원유 소비량은 세계 7위에 달하는 극단적인 다소비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OECD 기준으로는 국민 1인당 원유 소비량이 3위로 룩셈부르크와 캐나다, 다음이다.

이는 한국 경제가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채택하고 있는 데다, 수출 주도의 성장 모델을 유지하고 있어 외부 에너지 충격에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69%가 중동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95% 이상이 이번 분쟁의 핵심 화약고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된다. 단 며칠의 해협 봉쇄만으로도 국가 기간산업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을 노출하고 있는 셈이다.

OECD 회원국의 원유의존도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 고유가 때 성장률 타격 불가피…'스크루플레이션'까지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수개월 이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연평균 유가 배럴당 100달러 내외)'가 현실화할 경우,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최소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액 급증에 따라 경상수지는 260억 달러 감소하며, 이 경우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크게 하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태가 더욱 악화해 미국이나 연합군 지상군이 투입되는 '오일 쇼크 시나리오(연평균 유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에 직면하면 경제적 충격은 파멸적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경제성장률은 무려 0.8%포인트 추락하고, 소비자물가는 2.9%포인트 급등할 것으로 추산됐다. 경상수지 감소액은 767억 달러에 달해 외환보유고와 국가 신인도마저 위협받을 수 있는 수치다.

이러한 유가 급등은 시차를 두고 국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로 전이된다.

보고서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제수지 악화, 물가 상승, 기업 비용 증가 등으로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서민 경제에 있어서 스크루(Screw)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를 의미하는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이 본격화되면서 내수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은 물가 상승에 비해 임금이 정체되면서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생활이 '쥐어짜이는' 경제 상황을 뜻하는 용어로,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 더그 카스가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를 설명하며 사용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이 고착화되면서 해외시장 수요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우리 수출 경기가 크게 하강할 위험도 존재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8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복합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전방위적인 비상 대응을 주문했다.

연구원은 "오일쇼크 장기화에 대비해 원유·원자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비용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물가 안정과 경기 회복을 함께 고려한 신중한 거시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서민 체감물가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물가 불안 품목의 선제적 수입 확대와 유통 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기업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비한 비상경영 체제와 구매 효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으로는 과도한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경제·산업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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