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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돌파]'전쟁은 매수 기회' 공식 깨졌다…증시 하락 장기화 전망

2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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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4월물 등락 추이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조기 종식에 대한 기대가 후퇴하며 유가는 급등하고, 주식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쟁이 주식 매수 기회가 된다는 통념과 달리 유가가 급등하면서 이번에는 주식 하락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발생한 50번의 지정학적 사건을 분석한 결과 "원유 공급 우려가 커졌던 국면에서는 시장의 동요가 장기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전쟁은 주가에 긍정적…이번에는 무엇이 다른가

"멀리서 벌어지는 전쟁은 매수 기회"라는 증시 격언처럼 전쟁이나 군사적 긴장 고조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한 결과 지정학적 사건 발생 100일 후 주가는 미국과 일본 모두 50번 중 30번 이상 상승했다. 사건 발생 1년 후 주가는 미국과 일본 모두 평균 약 8% 상승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는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시장에 반영됐으나 이후 긴장이 완화하며 주가가 크게 급등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3주 만에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가 함락돼 오히려 시장에 안도감이 퍼지기도 했다. 군사 지출 확대가 경기 부양 효과를 낸다는 점 역시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번 미국의 이란 공격 역시 초반에는 시장에서 "전쟁으로 인한 주가 하락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란이 결사 항전의 태도를 보이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군 기지가 있는 주변국 공항 및 석유 관련 시설에 보복 공격을 하고 있으며, 에너지 수송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이라크 남부에서는 석유 시추 관련 미국 기업의 사무실과 창고가 드론 공격을 받기도 했다.

◇원유 급등 우려 커지면 증시 하락 장기화…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

원유 공급에 대한 우려가 날이 갈수록 커진 점이 시장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물은 이날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장 중 한때 22.38% 폭등한 111.24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전 9시 58분 현재 전장보다 20.61% 오른 109.53달러에 거래됐다.

일본과 미국 주가지수 선물 모두 크게 하락했다. 닛케이지수는 6% 넘게 하락했고, 미국 주가지수 선물도 1% 이상 낙폭을 보이고 있다.

E-mini S&P500지수 선물은 1.90%, 나스닥 100지수는 2.31%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과거 지정학적 사건에서 원유 공급 우려가 컸던 경우에는 전쟁 발 주가 하락이 장기화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조사한 50건의 사건 중 원유 가격이 100일 동안 5% 이상 상승한 18건을 보면 미국과 일본 주식시장은 모두 느린 회복 속도를 보였다.

또 원유를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미국과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과의 차이도 컸다. 원유 공급 우려가 발생했던 18건의 지정학적 사건 이후 미국 증시는 1년 후 평균 5% 상승하며 회복했지만, 일본 주식은 평균 2% 하락했다. 일본 주식은 사건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평균 400일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 가격 상승의 영향이 장기화한 대표적 사례는 1970년대 중동 위기로 발생한 오일쇼크와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는 유가 급등이 실물 경제 악화로 이어졌고, 미국과 일본 주가는 1975년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제4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리는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때는 지정학적 위험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산유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원유 가격이 불과 몇 달 만에 두 배로 급등했다. 거품 붕괴 과정에 있던 일본 증시는 약 30% 급락했고, 세계 증시 역시 한동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상황이 개선된 것은 1991년 걸프전 때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다국적군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자 시장은 원유 하락과 주가 상승으로 돌아섰다.

원유 공급 상황이 시장 심리를 좌우하는 이유는 원유 가격 상승이 실물 경제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 상승은 휘발유 가격 인상을 통해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고, 운송·생산 비용 상승으로 기업 수익도 압박한다.

그 결과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어려운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경기침체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 "유가 100달러 돌파는 경고 수준"

월가에서는 유가 100달러가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는 경계선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아직 경기침체에 진입한 것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이어진 경기 호황이 거의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대만큼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려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미국 수석 주식 전략가는 "과거 지정학적 사건을 계기로 미국 증시가 약세 국면에 들어갔던 경우 유가가 전년 대비 75~100% 상승하고, 경기 사이클이 하강 국면에 있었던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원유 가격 상승이 장기간 지속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아 현재 주식 시장이 완전히 비관적이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일본에 중동 분쟁은 결코 멀리서 벌어지는 전쟁이 아니다"며 당분간 일본 증시가 중동 정세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인베스코자산운용의 기노시타 도모 전략가는 "미국 측의 압도적인 승리를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 증시는 당분간 중동 정세에 크게 좌우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jykim@yna.co.kr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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