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 넘겨…"150달러 시 성장률 0.8%↓"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우리 경제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고유가 충격이 우리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가 제시한 올해 2.0%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9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WTI는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를 돌파하고, 장중 120달러에 근접한 수준까지 치솟았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고, 쿠웨이트 등 아랍 산유국들이 잇달아 감산에 나서며 시장에서는 공급 차질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번 유가 급등에 따라 정부의 경제 전망 전제는 현 상황과 큰 괴리를 보인다.
정부는 올해 경제 전망을 수립하면서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62달러를 가정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2.5달러 수준이다. 당장 이번 달만 해도 물가에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 6일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달 28일 중동 상황 이후 휘발유 가격이 일 단위로 보면 크게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해당 부분은 3월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물가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달러-원 환율은 개장 후 한때 1,499.20원까지 상승해 1,500원에 근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9년 3월 12일(1,500.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원유·가스·곡물 등 주요 원자재의 원화 기준 수입 가격이 상승해 국내 물가 상승을 자극한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둔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키운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 2.0% 달성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민간 연구기관과 투자은행(IB)에서도 유가 상승의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 유가가 100달러 수준에 도달할 경우 물가 상승률은 약 1.1%포인트(p), 150달러까지 상승하면 2.9%p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는 높은 원유 의존도를 가지고 있어 오일쇼크 발생 시 국내 물가 불안으로 내수 부문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배럴당 150달러를 기록하게 되면 경제성장률은 최소 0.8%p 하락, 경상수지는 767억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한국 소비자물가는 최대 약 0.6%p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시기를 살펴보면 물가 급등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같은 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까지 올랐고, 충격은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잠재성장률이 3%대 중후반으로 평가되던 한국 경제는 지난 2009년 0.8% 성장에 그치는 등 급격한 경기 둔화를 겪었다.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당시에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안팎의 높은 수준을 장기간 유지하며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WTI는 장중 130달러 수준까지 상승하며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확산을 자극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22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5.1%를 기록해 1998년(7.5%)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jhpark6@yna.co.kr
박준형
jhpark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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