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확보 원활해지면…"합의 늘고 형사고소 줄어 비용↓"
민주당·변협 등 공동주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방안 토론회'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능력 있고 시간을 많이 투입할 수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당사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진실을 가진 쪽이 이기는 재판이 돼야 합니다. 제일 필요한 게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는 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사책임 합리화를 위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방안 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서 "점점 경제력 차이가 소송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촬영: 김학성 기자]
우리나라 민사소송에서 주장과 입증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다. 하지만 당사자가 기업 등을 상대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해 피해 구제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이에 당사자가 변론기일 전에 상대방이나 제3자로부터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절차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와 맞물려 최근 정치권에서도 기업 경영과 관련한 책임 구조를 형사에서 민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주주들의 민사소송 활성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김 변호사는 1938년 연방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기 전 미국의 모습이 현재 한국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도 도입 이전 미국에서는 최대한 자신이 가진 증거를 감추다가 변론기일에 기습적으로 제시해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미국 사법개혁 중 가장 성공적인 제도로 평가된다면서 이제는 영미법계 국가를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가 동반된 서면질의와 문서제출요구, 자백요구, 증언녹취를 통해 당사자가 보다 원활하게 증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촬영: 김학성 기자]
이어서 연단에 선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행법학회장)은 "증거 편재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은 너무나 바람직하다"며 "정부가 감독을 통해 보유하는 정보가 많은데, 소송 당사자 요청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디스커버리 제도가 소송 당사자 간 합의를 유도하고 형사고소로 흐르는 사건을 줄여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진시호 공동법률사무소 수 변호사는 "당사자들이 증거개시를 통해 어느 정도 사건 결과를 예상하기 때문에 사전에 (합의를 통한) 종결 가능성이 충분히 열릴 수 있다"며 "자료를 민사 법원에서 현출할 수 있으면 굳이 (증거 확보 목적으로) 형사고소할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변호사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소송에서 모든 진실을 밝히고 모든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하는 엄격한 제도로 만들어지기보다, 제도 존재 자체로 인해 소송의 한쪽 당사자가 결과를 예측하게 해 분쟁이 빠르게 종결될 수 있도록 설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근·김용민·오기형·이성윤 국회의원실, 대한변호사협회, 경제더하기연구소, 소비자와함께, 은행법학회,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한국법학교수회가 공동 주최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작년 상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사의 주주충실의무가 실질적으로 민사소송에서 작동하게 하려면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자본시장 특위와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여러 위원회가 힘을 합쳐 반드시 민사책임을 합리화하는 제도를 입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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