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경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이 다시 정책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이 여러 차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며 추경 가능성을 시사해 온 가운데, 이번 유가 충격이 실제 재정 확대 논의를 촉발하는 본격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0일 연합인포맥스 국제종합화면(화면번호 6500)에 따르면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전장 대비 3.87달러(4.26%) 상승한 배럴당 94.77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2022년 8월 2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아시아 거래에서는 장중 한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이 전일 국제에너지기구(IEA)와의 논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비축유 방출을 언급한데다, 간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 임박 가능성을 재차 시사하면서 유가 급등세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전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재정 소요가 늘어날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번 충격에 경제가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정부가 당장 추경을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유가 급등 등 불확실한 경기 국면이 지속할 경우 기존 예산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인식이 정책 당국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현재 정부는 유류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주 개시가 예고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도입,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부분 정부의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카드다.
특히 가격 통제나 직접 지원 정책은 재정 투입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재정 소요와 손실 보전 문제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시뮬레이션을 마침 상태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은 자연스럽게 추경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정치권과 재정 당국에서는 올해 들어 수 차례 추경 가능성을 거론해왔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생과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설 연휴 이후 정부가 이른바 '벚꽃 추경'에 나설 수 있단 전망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방정부의 체납관리단 인력 확충,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재정적 지원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추경을 통해서라도 다양한 예산 지원 필요성을 검토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여기에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세수 실적 흐름마저 반등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민생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추경 편성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늘어난 세수를 기반으로 추경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덕에 '적자 국채' 발행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탓이다.
이에 일각에선 이번 중동 상황에 대한 우려가 추경 편성의 확실한 명분을 만들어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간 정치권에선 오는 6·3 지방선거 이전에 추경을 단행하리란 시각이 우세했다.
이에대해 정부는 추경을 선거용 카드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 대통령의 추경 발언에 기반이 됐던 K-컬쳐, 체납관리단 지원 등은 명분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국가재정법상 전쟁이나 재해, 경기침체를 비롯해 기존 예산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긴급 상황에는 추경 편성이 가능한 만큼 이번 중동 정세로 인한 유가 급등은 충분한 추경의 배경이 된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추경이 현실화 할 경우, 유류비 직접 지원이나 에너지 가격 안정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유가 상승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운송업이나 중소기업,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예산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정부가 유가 급등 대응 차원에서 유류세 인하 확대와 에너지 보조금 정책을 배경으로 추경을 추진한 바 있다.
여당 한 관계자는 "쉽게 말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며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향후 국내 경제 정책의 방향뿐 아니라 재정 정책의 강도와 역할을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추경은 충분히 검토될 만한 여지가 있는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오전에 열린 중동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3.9 superdoo8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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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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