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선물 투자 ETF 호가 처리 오류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최근 중동 사태 격화로 인한 유가 충격이 국내 증시에 또 한 번 전산 오류를 가져오며 파장이 일고 있다.
급박한 시장 상황에 개별 증권사를 넘어 주요 인프라로 꼽히는 거래소까지 전산 사고를 피하지 못하면서 정보기술(IT) 역량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원유 선물에 투자하는 주요 상장지수펀드(ETF) 종목의 호가 처리 오류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전체 ETF 종목의 주문 처리가 수 분간 지연되는 전산 사고가 이어졌다.
국내 투자자로서는 유가 급변동 국면마다 전산 사고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도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급락해 증권사와 선물사 주문 시스템이 마이너스 시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먹통이 되는 전산 오류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원유 선물 가격이 0 이하로 떨어지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고, 이를 전산으로 반영하지 못해 주문 처리가 불가능했다.
이에 투자자는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한 매매 주문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고 거래 손실까지 입게 됐었다.
이번에도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산 사고가 촉발됐다. 개장과 동시에 원유 ETF가 상한가로 직행해 매수 호가가 대거 쌓여있었다. 이후 코스피 급락에 따른 서킷브레이커(CB)가 발동되면서 전체 거래는 일시 중단됐다.
기존에 쌓인 호가 주문을 서킷브레이커 해제 후 단일가 매매로 재개하는 과정에 호가 정리 과정에 혼선이 발생했다. 거래소는 해당 종목에 대해 매매정지 조치를 결정했으나, 그 사이 수 분 동안 전체 ETF 시장의 주문 처리가 지연됐다.
해당 매매정지 종목은 2시간 20분간 거래가 중단된 뒤 재개됐다.
전산 거래 도입으로 과거 주문을 수기로 일일이 처리하지 않으며 매매 효율은 대폭 높아졌다. 하지만 이번처럼 예상 범위를 넘어서는 특이 상황에 대응이 취약한 모습이 확인된다.
지금까지 원유 ETF 종목에서 상한가에 도달한 채 코스피 서킷브레이커가 발생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예외적인 상황을 사전에 전산에 반영해두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산 사고는 피할 수 없다. 해외 주요 거래소에서도 종종 전산 오류가 발생한다.
다만 국내 증시는 최근 자본시장 접근성 개선을 추진하면서 여러 전산상 변수가 더해지고 있다. 거래시간 연장부터 외국인 투자자 참여 확대, 신상품 개발 등으로 여러 경우의 수가 늘어나게 된다.
이에 거래소 역시 IT 인력을 강화하고 시스템 설비 용량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시장 선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거래량이 굉장히 많이 증가한 가운데 가격 변동이 더해지면서 모든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늘어났을 것"이라며 "이를 감당할 케파(처리 용량)를 초과하면 전산에 부하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소나 코스콤 등 전산에 부하가 생기면 이를 받아 처리하는 증권사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노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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