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위험회피로 하락…이후 유가 진정되며 상승
반도체는 경기민감주…수요파괴 가능성은 경계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가 하루 10% 가까이 밀리면서 주요 지지선을 단번에 뚫고 내려가고 있지만, 이를 적극적인 매수 기회로 봐야 할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전 우려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를 견인하는 반도체 대장주를 향한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된 상태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전방 산업의 수요를 갉아먹는 치명적인 매크로 변수이기 때문이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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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고유가 환경은 '위험회피' 촉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사례는 크게 세 차례였다. 첫 번째는 2008년 1월로,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석유 수요가 급증한 반면 산유국의 공급 여력은 부족해 유가가 급등했다. 여기에 투기 자금 유입과 나이지리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며 그해 7월에는 147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같은 해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유가는 급락해 12월에는 30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며 약 9개월간 이어진 '100달러 시대'가 종료됐다. 당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는 유가가 정점을 찍기 이전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금융위기로 크게 조정받았다.
두 번째는 2011년으로, 3월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해 4월 약 113달러까지 상승했고 이후 2014년까지 90달러 안팎의 고유가 환경이 이어졌다. 세 번째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기로, 유가는 2월 말 100달러를 넘어 3월 초 120달러를 웃돌았으며 약 5개월간 고유가가 지속됐다. 세 경우 모두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반도체 주가에는 초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고유가가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결국 유가와 주가가 함께 하락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다만 2011년의 경우 초기에는 고유가 환경에 주가가 하락했으나, 2012년을 지나면서 고유가 환경이 지속됐음에도 PC에서 스마트폰 시장으로의 전환, 유럽의 재정위기 종료에 따른 완화정책 등에 힘입어 반도체지수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고유가 환경이 2014년까지 지속됐음에도 반도체 지수는 별개의 이슈로 승승장구했다.
또한 가장 최근인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유가 환경은 6개월 이내로 비교적 단기에 그쳤지만, 반도체 주가는 메모리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상당 기간 지지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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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회피에 따른 조정 '단기적'…저가 매수 기회
증시와 업계 전문가들은 현 유가 100달러 돌파에도 단기적인 수급 변동성과 달리 펀더멘털에 미치는 중장기적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매수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란-이라크 사태가 반도체 업종에 미치는 직접적인 타격은 중립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AI 기업들의 서버 투자가 수요를 주도하고 있어, 우호적인 수급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지금의 조정을 적극적인 매수 기회로 조언하는 이들도 많았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유가 상승의 영향을 적게 받는 경향이 있으며 전쟁의 조기 종결에 대한 헤지가 필요하다. 전쟁으로 주춤할 수는 있겠으나 반도체 이익 상향 사이클은 끝나지 않았다"며 지금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을 것을 조언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현재 메모리 사이클의 원동력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소비력이 아닌 B2B(기업 간 거래) AI 투자 사이클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투자자들은 전쟁 등 외부 변수보다는 메모리 사이클의 국면에 기반한 투자 의사 결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 100달러는 위험회피를 촉발했지만, 장단기적으로는 섹터 자체의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고유가 장기화 때 '수요파괴' 경계…현재는 '시기상조'
그러나 전쟁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이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는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구매력 약화로 PC와 스마트폰 같은 소비재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수개월 이어지고,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 내외가 될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은 최소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의 채민숙 연구원은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장기화 가능성으로 2022년 이후의 다운턴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으나 현 상황은 그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반도체 수요 감소는 전쟁보다 팬데믹 이후 수요 구조와 공급망 충격 등 섹터 자체의 이벤트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당시엔 증설이 진행되는 동안 수요가 급격히 감소, 추후 재고증가로 다운사이클이 발생했다면 지금은 보유재고가 없는 상황에서 AI 추론 수요로 메모리 수요가 먼저 증가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고유가 장기화로 매크로 상황 악화로 데이터 투자 둔화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타격을 받을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반도체 수요는 전혀 변화가 없으며, 유가 상승에 따른 반도체 원가 상승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게 채 연구원의 설명이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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