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10일, 국내 최초의 코스닥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두 종목이 동시 상장했다. 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TIME을 살까, KoAct를 살까. 투자설명서를 읽어봐도 어느 쪽을 골라야 할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자 사람들이 펀드매니저의 이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삼성의 김지운이 누구인지. 타임폴리오의 이정욱은 어떤 트랙레코드를 가졌는지.
20여 년 전 공모펀드 전성기 이후, 오랜만에 시장이 매니저의 이름을 묻고 있다.
공모펀드 전성기, 이채원·구재상·강신우 등은 이름 자체가 자금을 끌었다. 그러나 그 시대는 길지 않았다. 박스권 장기화로 펀드 수익률이 부진해지고 시장을 이기지 못하자 패시브 ETF로의 대이동이 뒤따랐다. KODEX 200, TIGER 미국나스닥100처럼 지수를 기계적으로 복제하는 패시브의 세계에서 운용역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매니저의 역할은 추적오차를 줄이는 것으로 쪼그라들었고, 이름은 상품 뒤로 사라졌다.
액티브 ETF는 이 문법을 뒤집었다. 기초지수를 쫓아가되 일부 종목을 재량껏 담아 알파를 추구하는 구조다. 매일 자산구성내역(PDF)을 공시해야 해서 어떤 종목을 얼마나 담았는지, 어제와 오늘 매니저의 '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다음날 아침이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설정과 환매도 개별 주식처럼 간단하다. 이 투명성과 편리함이 투자자를 사로잡았다.
물론 액티브 ETF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국내 액티브 ETF 시장은 2021년 본격적으로 열렸지만, 초기 상품 상당수는 공모주 편입이나 배당 전략처럼 지수 추종과 큰 차이가 없는 구조였다. 진짜 의미에서 시장을 이겨보겠다는, 매니저의 판단을 전면에 내세운 액티브 ETF는 드물었고 투자자의 관심도 크지 않았다. 코스닥 액티브 ETF는 그 흐름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시도다.
액티브 ETF를 출시한 두 하우스의 전략은 달랐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인구·에너지·기술의 변화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목을 발굴하는 방식을 택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 기업을 대상으로 성장성·수익성·재무안정성을 순차적으로 걸러낸 뒤, PER이 업종 내 50% 이내이고 ROE가 우수한 종목을 최종 선별해 30~40개로 압축하는 정량적 접근을 내세웠다.
상장 첫날 성적표는 갈렸다. KoAct가 11.94% 올랐고 TIME은 4.13% 상승에 그쳤다. 그러나 이 수치를 운용 실력의 격차로 읽기는 어렵다. 삼성액티브가 시총이 낮은 큐리언트와 성호전자를 탑픽으로 꼽았다는 소식에 뭉칫돈이 두 종목으로 쏠렸다. 다른 어떤 소형 종목을 비중 1·2위로 담았어도 첫날 결과는 비슷했을 가능성이 높다. 수급이 첫날 수익률 격차를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진짜 승부처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현행 비교지수 상관계수 0.7 이상 유지 규정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완전 액티브 ETF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단기적인 수급 효과가 걷히고 이 지수의 족쇄마저 풀리게 되면 매니저는 지수의 그늘 없이 자신의 통찰에 온전히 베팅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거래소에 상장된 공모 주식형 펀드가 되는 셈이다.
그때가 되면 매니저의 이름값이 진짜로 시험받을 것이다. 상장 첫날 두 액티브 ETF에 몰린 5천815억 원이 매니저의 실력을 향한 신뢰인지, 코스닥 부양 정책이라는 테마에 올라탄 단기 자금인지도 그때쯤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스타 매니저는 상승장의 순풍만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시장이 무너지는 날, 매니저의 남다른 결단이 이름을 만든다. 사람들은 김지운을 검색하고 이정욱을 찾아봤다. 두 이름이 자본시장에 그 기억을 새길 수 있을지, 시장을 이기는 승부는 이제부터다.(증권부 이규선 기자)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