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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의 시선] 세계는 투자 안보 경쟁…한국은 준비됐나

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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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한 관세 충돌을 넘어 세계 경제질서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 이후 각국은 무역과 투자를 더 이상 순수한 경제활동으로만 보지 않는다. 기술과 공급망, 데이터와 핵심인프라를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변화의 중심에 있는 정책 수단이 바로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 제도다.

미국은 2018년 외국인 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IRRMA)을 제정하면서 외국인 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에는 외국인의 기업 인수·합병이 주요 심사 대상이었지만, 핵심기술·시설 및 민감정보 관련 기업의 소수지분 확보, 군사·핵심 인프라 인근 부동산 취득까지 외국인 투자심사 대상에 포함했다.

유럽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외국인 투자가 단순히 시장 진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넘어 유럽 산업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투자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 이전이나 현지 생산 요건을 요구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일본 역시 외국인 투자규제를 크게 강화했다. 일본 정부는 안보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심사 기준을 의결권 10%에서 1%로 대폭 낮췄다. 소수지분만으로도 기술 접근이나 경영 영향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에는 재무성, 경제산업성, 국가안전보장국 등 관계 기관이 개별 투자 안건을 심사하는 협의체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판 CFIUS인 셈이다.

이처럼 주요국들은 외국인 투자를 경제 안보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안보 목적의 외국인 투자심사 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2015년 21개국에서 2024년 46개국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투자 자유화가 세계 경제의 기본 원칙이던 시대에서, 이제는 전략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리 체계가 새로운 기준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한국의 대응이다.

한국 역시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적용 범위는 주요국에 비해 제한적이다. 외국인이 국내 기업의 지분 50% 이상을 취득해야만 안보 심사가 가능하다.

또 신규 공장 설립과 같은 그린필드 투자나 국내 법인을 통한 간접투자 등은 사실상 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투자 형태를 조금만 바꾸면 심사를 피해 갈 수 있다.

실제로 기술 유출 방식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최근 5년여간(2020년∼2025년 6월) 한국의 해외 유출 산업기술은 110건으로, 이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한국 경제의 기반인 국가 핵심기술은 33건(30%)에 달했다. 이에 따른 산업계 피해 규모는 23조원을 넘는다.

단순 인력 스카우트가 아니라 합작법인 설립이나 소수 지분 투자, 해외 연구개발센터 설립 등 투자 구조를 활용한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 강화 추세

[출처: 연합인포맥스 AI 인포그래픽]

외국인 투자가 기술 접근의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안보 관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오랫동안 외국인 투자유치라는 양적 성과에 더 집중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동안 투자 안보 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서는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심사 대상 산업을 확대하고, 지분 기준을 낮추며, 그린필드 투자와 간접 투자까지 관리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외국인 투자심사는 투자를 막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전략적으로 선별하기 위한 장치다.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국가가 어떤 산업을 보호하고 어떤 투자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더욱 중요해진다.

트럼프의 무역전쟁 이후 세계는 이미 경제 안보라는 새로운 질서 속으로 들어섰다. 다른 나라들이 투자규제를 통해 산업과 기술을 보호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투자 개방과 경제 안보 사이의 균형을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산업부 차장)

이재명 대통령, 외국인투자기업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외국인투자기업 간담회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1.28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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