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이 곧 종료될 것이라며 석유 시장 안심시키기에 나섰지만, 실제 유가를 잡을 수 있는 미국의 카드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유가를 식히려는 트럼프의 옵션은 몹시 제한적이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울 수 있는 옵션은 ▲군사 호송 및 보험 제공 ▲전략비축유(SPR) 방출 ▲러시아산 제재 완화 및 셰일 등이 있다며 이러한 수단들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계가 명확하며 모두 위험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1980년대 '유조선 전쟁' 당시의 호송 방식을 제안했으나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페르시아만에 갇혀 있는 320여 척의 유조선을 매주 한 번꼴인 호송 주기로 모두 빼내려면 2년 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국이 제안한 200억 달러 규모의 보험 보증은 유조선 전체 자산 가치(약 3천520억 달러)에 턱없이 모자란다.
전략비축유(SPR) 방출은 가장 확실한 가격 억제 방법이지만 한계점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 소비국 모임인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이 보유한 12억 배럴의 비축유를 최대 속도로 방출해도 하루 공급량은 300만 배럴 증가에 그친다.
또한 방출 명령이 내려져도 실제 배달까지는 약 2주가 소요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전략비축유 방출은 오히려 시장에 "전쟁이 길어질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산 제재 완화와 셰일 증산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 원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일시적 제재 유예를 허용했으나 제재로 인해 예비 부품과 전문 지식을 조달하지 못한 러시아 에너지 산업은 생산량을 쉽게 늘릴 수 없는 상태다.
미국의 셰일업체들은 시추보다는 주주 환원에 집중하고 있다.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더라도 셰일 업체들이 6~12개월 동안 추가할 수 있는 물량은 하루 최대 30만 배럴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비축유 방출과 러시아산 유입 등을 모두 합쳐도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하루 400만 배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호르무즈 부족분(하루 1천500만 배럴)의 3분의 1도 안 된다.
지난해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된 원유와 정제 제품은 하루 약 1천800만 배럴로 세계 공급량의 14%를 차지한다.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쿠웨이트와 이라크 등 산유국들이 저장 공간 부족으로 유정 가동을 중단하게 되며 공급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예측했다.
컨설팅업체 우드맥켄지는 분쟁이 지속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정부는 이제 마지막 수단인 '보호무역'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며 중국은 이미 경유와 휘발유 수출 중단을 명령했고 인도와 미국이 그 뒤를 따를 수 있다"면서 "세계는 지금 가장 중요한 해협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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