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와 소수 주주들이 상장사를 상대로 제기한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잇따라 인용되고 있다.
회사가 임의로 주주제안을 묵살하던 관행에 법원이 거듭 제동을 걸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안건들이 대거 주총 표대결에 오르게 됐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피보나치자산운용, 개인 주주 등이 상장사를 상대로 낸 주주총회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모두 받아들여졌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지난 11일 얼라인파트너스가 가비아를 상대로 낸 가처분을 인용하며 "채무자(회사·가비아)는 2026.03.26 개최될 2026년도 정기주주총회에서 별지 기재 의안을 상정하여야 한다"고 결정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사 보수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권고적 주주제안'을 냈으나 사측이 이를 명시적으로 거부하자 가처분 카드를 꺼내 들었고 법원이 주주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가비아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한누리 측은 "상법 시행령 제12조가 회사의 주주제안 거부사유를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만큼, 학설상 논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건 상정을 거부하는 것은 주주제안권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것"이라며 "이번 주주제안은 가결되더라도 이사회의 권한을 구속하지 않아 고유 권한을 침해하지 않으며, 주주들의 총의를 확인해 이사회에 전달하는 주주총회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적법한 권리 행사"라고 설명했다.
다른 상장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0일 개인주주 최모 씨 외 3명이 금강철강을 상대로 낸 가처분을 인용했고,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역시 4일 피보나치자산운용이 낸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법원이 주주들의 가처분 신청을 잇달아 인용하는 배경에는 상법상 보장된 '주주제안권'에 대한 엄격한 법리 해석이 자리 잡고 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일정 지분 요건(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 등)을 갖춘 주주가 제안한 안건에 대해 회사는 법령이나 정관 위반 등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반드시 소집통지에 기재하고 의안으로 상정해야 한다.
주총 개최가 임박한 상황에서는 사후에 결의취소 소송으로 다투는 것보다 미리 안건을 상정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가처분의 보전 필요성이 폭넓게 인정된다. 특히 회사가 주장하는 '이사회의 경영 판단' 등의 거부 사유를 법원은 좁게 해석하고 있다.
과거 판례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확인된다. 지난 2023년 3월 9일 창원지방법원은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등 3인이 키스코홀딩스를 상대로 낸 의안상정 가처분(2023카합10055)을 인용하며 "채무자가 채권자들의 적법한 주주제안권 행사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였다는 것 자체로 보전의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당시 키스코홀딩스 측은 이사회의 재무제표 승인 전 자기주식 취득 결정은 상법 및 정관 위반이라며 안건 상정을 거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상법 제449조의2 제1항에 따라 재무제표를 이사회가 승인하는 경우라고 하여 반드시 이사회에서만 자기취식 취득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회사의 주장을 배척했다.
[연합뉴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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