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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표의 궁변통구] 그럴듯한 것과 그런 것

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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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프랑스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는 출판물 '철학과 과학자들의 자생적 철학'에서 엄밀한 사실만을 다룰 것 같은 과학자도 자신이 속한 사회를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학이 객관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의 오염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식을 다루는 학문인 철학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자의 연구실마저 이럴진대 우리의 삶은 그럴듯한 것과 그런 것의 경계가 무너진 채, 그럴듯한 것이 그런 것으로 둔갑해서 언급되는 것을 종종 본다. 그럴 때마다 필요한 것이 언론의 참견인데 요즘은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세간의 편견에 편승해 오히려 갈등을 극대화하는 듯해 걱정스럽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불패의 신화를 써 내려가던 강남 아파트도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몇 마디에 무너지고 있다. 사실 이런 정도에 흔들리는 믿음을 신화라고 불렀던 것도 우스운 일이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숱한 정권이 주택가격 안정을 외치면서도 그저 헛구호에 그쳤던 것이 강남 불패 신화의 밑돌이 됐다는 생각도 들어 씁쓸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거듭된 천명으로 강남권 아파트 매물도 늘고 있고 가격도 내림세로 전환하는 추세다. 여기에 마침표를 찍을 정책으로는 보유세 정상화가 예상된다.

우리나라 주택 보유세가 다른 재산세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동차의 몇곱절이나 되는 자산이면서도 실효세율은 비할 수 없이 낮았다. 우리와 경제 수준이 비슷한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형편이다. 우리나라 주택 보유세 실효세율은 대략 0.14~0.15%로 평가되는데, 자동차세는 2.5~3%다. 선진국의 경우 1%까지 매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양도소득세의 경우에도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양도차액의 80%까지 공제해주는 장기주택보유특별공제 제도가 있어 사실상 무력화됐다.

부동산중개업소에 방송되는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3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 방송이 나오고 있다. 2025.7.3 cityboy@yna.co.kr

보유세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몇십억 차익을 누리고 그깟 세금 얼마나 된다고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건설애널리스트를 역임한 채상욱 박사는 주택의 가치란 결국 해당 주택이 생애주기에 걸쳐 벌어들일 수 있는 월세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기업가치평가에 쓰이는 현금흐름할인법(DCF)에 견줘 생각해 볼 때 보유세는 해당 주택이 벌어들일 수 있는 월세의 총합을 나누는 할인율에 포함된다. 이는 곧 주택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일부에서는 보유세를 인상하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가할 것이라며 이는 곧 서민 전부의 피해를 의미한다고 으르렁대고 있다. 껌 한 통을 살 때 붙는 부가가치세와 주택에 부여되는 보유세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단순함도 단순함이지만 어떠한 근거도 없이 이런 주장을 곰비임비 꺼내는 것이 자못 의도가 있는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문유상 연구위원은 2022년 12월 발표한 '주택 보유과세의 귀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실증분석을 통해 보유세의 하나인 종합부동산세가 주택 임대가격에 미친 영향을 조사, 발표했다. 문 연구위원은 종부세 부과가 대상 주택의 임대료를 상승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종부세는 사용자에게 전가되기 쉬운 소비세의 성격이 아닌 소유주에게 귀착되는 자본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즉 보유세 강화는 자산 가격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야기다.

집값, 떨어지나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4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가격 조정된 매물표가 붙어 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투자 투기하며 '또 연장하겠지'라는 부당한 기대를 가진 다주택자보다 집값 폭등에 고통받는 국민이 더 배려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2026.2.4 cityboy@yna.co.kr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다뤄보자. 이른바 전세 물건 실종사건이다. 자칭타칭 부동산 전문가들이 하는 말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등으로 압박한 결과라는 식의 해석을 내놓는다.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이 엄연히 다른데 무슨 이야기인가 싶지만,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는 요즘 상황에서 임차인이 있으면 매매거래가 어렵기 때문에 세를 주지 않고 비워둬서 전세물건이 모자란다는 이야기다.

전세 물건이 모자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전세가격이 급등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 전세가가 지금도 상승추세에 있는 것은 맞지만, 수급난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매매가격과의 격차가 빠른 속도로 줄어야 하는데 지금은 매매가격이 급등하면서 벌어진 가격 격차를 줄이는 정도로 오른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왜 전세 물건이 없는데 수급난은 벌어지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세입자들의 거주기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착한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 주기의 세입자 거주기간을 4년으로 늘렸다. 즉 2년에 한 번씩 100개의 전세물건이 나왔다면 지금은 4년에 한 번씩 100개의 전세 물건이 나온다. 그러면 물건을 중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물건이 반으로 줄어든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길거리에 이삿짐차가 넘쳐나고 2년마다 일가족을 데리고 거처를 옮겨 다니는 사회가 정상인가, 아니면 한곳에서 최소 8년 이상 거주하며 정착하는 사회가 정상인가.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비정상에 노출됐다.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비정상으로 보게 된 것처럼. 이제 그럴듯한 언변에 속지 말고 정확하게 무엇이 제대로 된 것인지 숙고해보자. (산업부장)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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