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주동일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주동일 기자 = "요즘엔 선대출이 껴있는 매물도 보증보험만 들어있으면 바로 나가요. 예전엔 선대출이 있다고 하면 세입자들이 보지도 않았거든요."
지난 12일 기자가 만난 양천구 신월동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 중인 A씨의 이야기다. 선대출은 말 그대로 '선순위 대출'을 말한다.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선대출이 있으면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A씨는 "근처에 전세를 보러 왔다가 매물이 없어서 밤중에 사무실로 들어와서 문의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저층 매물도 마이너스 없이 시세 그대로 나가는 정도인데, 이렇게 전세가 없는 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 외곽 지역에서 매물 부족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성북구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성북구의 전세 매물 수는 140건으로 1년 전(1천388건)보다 90% 감소했다. 서울 25개 구 중에서 감소 폭이 가장 크다.
매물 부족으로 전셋값도 가파르게 뛰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이달 둘째 주(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성북구의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동안 0.24% 뛰었다. 광진구(0.25%)에 이어 두 번째로 상승 폭이 크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1.93%다.
성북구 길음동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B씨는 "토지거래허가제도가 적용된 뒤로 매물이 많이 줄었다"며 "그나마 나와 있는 매물들도 보증금을 계속 올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외곽지역인 노원구와 은평구도 한 주 동안 아파트 전셋값이 0.16% 상승했다. 연간 누적 상승률은 각각 1.93%, 1.21%다.
노원구와 은평구의 전세 매물 수는 지난 1년간 각각 78%(1천339건→295건), 56.8%(590건→255건) 감소했다.
도봉구 역시 지난 한 주 동안 아파트 전셋값이 0.14% 상승했다. 연간 누적 상승률은 1.06%다. 도봉구의 전세 매물 수는 지난 1년간 73.4%(559건→149건) 줄었다.
노원구와 도봉구, 은평구는 서울 25개 구 중에서 연간 전세 매물 수 감소 폭을 기준으로 각각 4위, 6위, 16위를 차지했다.
[촬영: 주동일 기자]
공인중개사들은 지난해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에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아파트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거주 의무가 생겨 전세 매물이 줄었다는 이야기다.
아파트를 매수할 때 대출 한도가 낮아진 점도 이유로 들었다. 현금으로 아파트를 사야 하다 보니 전세로 몰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수요도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인중개사 A씨는 "전세 보증금 액수가 커져서 다른 지역의 아파트를 한 채 매입할 정도"라면서도 "전세자금은 대출이 나오지만, 매수할 때 대출이 나오지 않다 보니 전세 수요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진구 자양동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C씨는 "전세 매물이 나와 있어도 평수가 너무 크거나 작은 집들만 남아 결국 7~8팀이 줄을 서서 전세를 구하기도 한다"며 "기존에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도 갱신을 많이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중심부 접근이 쉬운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했다. 25개 구 중에서 지난 한 주간 전셋값 상승 폭이 가장 컸던 광진구가 대표적이다.
광진구의 주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은 0.25%로, 연간 누적치는 1.53%에 달했다. 이곳의 전세 매물은 전년보다 71.1%(1천46건→303건) 감소했다.
광진구 자양동에서 만난 또 다른 공인중개사 D씨는 "토허제 때문에 매물은 줄고, 대출은 전세만 가능해 아무래도 요즘은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diju@yna.co.kr
주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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