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초장부터 김이 빠졌다. 지난 11일 개막해 오늘 막 내리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이야기다.
인터배터리는 글로벌 배터리 셀·소재·부품사가 한자리에 모여 혁신 기술과 제품을 자랑하고 최신 트랜드를 공유하는 한국배터리산업협회의 대표 행사다. 지난 2013년 첫발을 떼 올해로 14회째를 맞았다.
해를 거듭하며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올해는 14개국 667개 사가 2천382개의 부스를 꾸렸다. 자타공인 엄연한 '글로벌 전시회'다. 더배터리컨퍼런스와 배터리 잡페어, 유관기관 세미나 등 부대행사도 더 다양해졌다.
◇규모 커졌지만 위상은
아이러니하게도 분위기가 예년만 못하다는 평이 많았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 등으로 업계 전반이 침체한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 SK온 등 배터리 셀 3사 최고경영자(CEO)가 불참한 게 대표적이다. 업계 간판 회사의 CEO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줄줄이 빠지면서 '최고의 전시회'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개막식과 직후 열리는 VIP 투어에 이들 모두 '전참'했지만, 올해는 다른 임원이 자리를 대신했다.
이에 관행처럼 이어져 온 취재진과의 질의응답도 축소됐다. 전시회 일정을 통틀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던 '이벤트'다. CEO가 직접 각 사의 실적 전망과 업황 등 업계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건 많은 이들이 인터배터리를 기다린 이유 중 하나였다.
CEO들은 해외 출장 등 일정이 바빴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유가 무엇이든, 인터배터리가 어떻게든 시간을 빼 가장 먼저 달려오려는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이를 두고 현재 배터리 업계, 나아가 인터배터리가 처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왔다. 새로운 전환을 만들지 못한다면 향후 흥행이 어려워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협회가 아쉬움을 넘어, 위기감을 느껴야 할 대목이다.
사실 이 같은 조짐은 진작부터 나타났다. 협회 역시 업계 분위기를 감안해 올해 '인터배터리 유럽'을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원래대로라면 5~6월에 독일 뮌헨에서 열려던 행사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 넘어 '화합·협력'의 장으로
다행스럽게도 '저력'을 여전했다. 기업들의 부스를 돌아보고 컨퍼런스에 참여하며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봤다.
부스 내 홍보 열기와 관람객들의 관심도는 '전기차 캐즘'을 잊기에 충분했다.
기업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극대화해 보여줄 수 있도록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을 중심으로 부스를 구성했고, 친절한 설명과 각종 이벤트로 참관객의 발길을 붙들었다. 그 덕분인지 평일 낮에도 전시관이 북적북적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업 간 '경쟁' 아닌 '화합의 장'이 펼쳐진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삼성SDI 부스엔 LG에너지솔루션 배지를 목에 건 사람들이 붐볐고, SK온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서로에 대한 견제 없이 공통의 관심사인 최신 기술 동향과 신제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함께 그려가는 모습이었다.
전시회에선 유관 학과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은 물론,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큐알 코드를 찍어 자세한 설명을 찾아 보고, 직접 배터리 모형도 만져봤다. 이들 중 미래의 배터리사 CEO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업 간 협력도 기대됐다.
삼성SDI 임원이 "전고체 배터리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주제 발표를 하자 한 현대모비스[012330] 직원이 배터리 성능과 가격 관련 질문을 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주요 부품을 책임지는 곳이다. 이날이 향후 양사 협력의 시작점이 될 지도 모른다.
사흘간 전시회장 곳곳에서 단순 아이디어 교환부터 구체화된 협력까지 수많은 공식·비공식적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배터리가 아니었다면 어디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아무리 업계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아니 어려울수록 더더욱 이런 행사가 있어야겠다 싶었다. 그래야 배터리 산업의 내일이 밝아질 테니까. (산업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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