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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은 왜 '둥근 숫자'에서 멈출까…심리적 레벨 '빅 피겨'

2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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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AI 생성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선 환율이 특정 숫자 근처에서 상승이나 하락이 쉽게 이어지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달러-원 환율의 경우 1,500원, 달러-엔 환율의 경우 160엔과 같은 '둥근 숫자'에서 좀처럼 뚫리지 않거나 반대로 그 수준을 넘자마자 급격히 움직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15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5일 야간 시간대에서 1,505.80원까지 오른 이후 전 거래일인 지난 13일까지 일주일 이상 정규 거래에서 꾸준히 1,500원이 막히는 모습을 보였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런 숫자를 '심리적 레벨'이라고 부른다.

시장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거래 기준으로 삼는 가격대라는 의미다.

실제로 외환시장에서는 주문이 특정 가격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수출업체는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달러를 팔고(네고), 수입업체는 환율이 내려가면 달러를 사는(결제) 식이다.

예를 들어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면 수출기업들이 달러 매도를 늘리는 경우가 많다.

환율이 충분히 올랐다고 판단해 환차익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런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환율 상승세가 일시적으로 막히기도 한다.

여기에 옵션 시장도 영향을 미친다.

외환 옵션 거래에서는 특정 환율 수준에 '배리어(barrier)'가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환율이 특정 가격을 넘거나 넘지 못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이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이 해당 가격대를 의식하며 거래를 하게 되고 환율 움직임이 둔화하기도 한다.

외환당국의 경계 심리 역시 작용한다.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당국이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 시장 참가자들이 특정 가격대에서 포지션을 줄이기도 한다.

이처럼 수출입 기업의 거래 물량, 옵션 시장 구조, 정책 경계 심리 등이 겹치면서 환율은 둥근 숫자에서 자주 멈추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런 가격대를 '빅 피겨(big figure)'라고 부른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들은 "환율이 빅 피겨를 앞두면 시장이 한 번 더 숨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심리적 레벨도 대외 충격이 발생하면 쉽게 무너지며 한번 거래됐던 가격이 일종의 '앵커' 역할을 하기도 한다.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다시 되돌아가려는 관성이 강해지는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초기처럼 시장 불안이 커질 경우 환율은 주요 레벨을 단숨에 돌파하며 큰 폭으로 움직이기도 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이달 초 야간 시간대에서 달러-원이 1,505원을 웃돈 적이 있는데 현재까지 정규장에선 1,500원을 넘지 않았다"며 "심리적 경계에 저항이 나타났지만 한번 본 레벨이라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향후 유가 급등과 같은 대외 충격이 나타날 경우 다시 그 방향으로 가려는 힘이 강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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