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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신용 위기] 2조달러 넘는 그림자시장, 환매·부실 경고음

2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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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IMF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스럽지만, 월가에서 이란전쟁보다 더 두려워하는 일이 있다.

바로 사모신용 시장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다. 사모신용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까다로운 규제를 받게 된 은행 기업 대출의 빈자리를 파고들며 어느덧 2조달러 이상의 큰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부실 징후와 잇따른 환매 요청으로 인한 유동성 우려 등이 흘러나오면서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는 사모신용 시장이 무엇인지, 왜 최근 이런 부실 우려가 나오는지를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사모신용 시장, 최근 어떤 일이 벌어졌나.

▲사모신용 시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드와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가 2주 간격으로 잇따라 파산하면서부터다.

퍼스트브랜드의 경우 100억달러 이상의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했는데 사모신용 펀드부터 대출채권 담보부증권(CLO)까지 광범위한 대출을 받았음에도 시장에서 부실 징후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모신용 펀드의 자산 건전성에 의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트라이컬러의 경우 전형적인 사모신용 부실이라기보다는 자동차 대출 데이터를 조작하고 담보를 중복으로 설정하는 등의 사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불투명한 구조화 대출과 담보 검증이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투명성이 부족한 사모신용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바퀴벌레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점도 사모신용 시장에 숨겨진 부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부채질했다.

올해 들어서는 사모신용 시장에 더욱 직접적인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사모신용 시장을 주도했던 대형 사모펀드들에 환매 요구가 빗발치며 환매를 중단한다거나 투자 기업의 파산 등으로 인한 자산 가치 하락 사례가 생겨난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사업모델을 약화할 것이란 우려에 기술주 투자 비중이 큰 펀드들에 환매 요구가 집중됐다.

미국 대형 사모펀드 투자사 블루아울은 지난 2월 자사 펀드 '블루아울 캐피털 코프 II'의 분기별 환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지난해 11월부터 합병 등을 이유로 환매를 중단해왔는데 올해 들어서도 단기간 펀드 환매 요구가 급증하면서 자금의 급속한 유출을 막기 위해 아예 환매를 영구 중단하기로 했다.

사모펀드 블랙스톤도 자사 대체투자펀드 'BCRED'펀드에서 지난 1분기에 38억달러(약 5조6천억원) 규모의 환매 요청을 받았다.

이는 펀드 전체의 7.9%에 달하는 규모로, 블랙스톤은 분기별 환매 기준치를 7%로 상향하고, 임직원 사재를 털어 환매 요구를 수용했다.

월가에서 부유한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며 급부상한 클리프워터 펀드도 1분기 전체 펀드의 14%에 달하는 환매 요청을 받았다. 이는 분기별 환매 요청을 펀드 자산의 5%로 제한한 규정을 넘어선 것이다.

최근 블랙록의 지난해 4분기 연말 보고서를 통해 사모신용 부문에서 '인피니트 커머스 홀딩스'에 제공한 약 2천500만 달러 규모의 기업 대출이 전액 손상차손 처리된 사례도 확인됐다. 해당 대출은 블랙록 사모신용 포트폴리오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임에도, 이전까지 정상 대출로 분류됐었던 터라 사모 대출 자산의 장부 가치와 실제 가치 간 간극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사모신용 시장이란 무엇인가

▲사모신용 시장이란 사모펀드 등 비은행 대출기관이 기업들에 직접 대출해주는 시장을 말한다.

엄격한 규제를 받는 은행의 대출이나 공개된 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채와 달리 비공개 시장에서 대출이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로 중소·중견기업이나 대기업 비상장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 대출 한도가 부족하거나 공개 채권 발행이 어려울 때 주로 이용한다.

투자자는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일부 고액 개인 투자자, 보험사와 연기금 등으로, 이들은 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기업의 신용리스크를 부담하고 사모신용 시장에 뛰어든다.

사모신용 시장이 본격적으로 큰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은행들이 금융위기 이후 바젤Ⅲ 등 강화된 건전성 규제를 받으며 은행 기업 대출의 문턱을 높였고, 사모펀드(PE)의 급속한 확장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리며 사모신용 시장은 지난 15년간 금융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시장 중 하나가 됐다.

보험사나 연기금 대출을 포함하는지 여부에 따라 시장 규모에 차이가 조금씩 나지만, 사모신용 시장의 규모는 대략 2~3조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사모 시장 데이터기업 프레킨에 따르면 사모신용 시장 규모는 2010년 5천억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기준 2조2천800억달러로 성장했다.

15년간 약 5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프레킨은 사모신용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두배로 증가해 4조6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모신용 시장은 규모가 광범위하다 보니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사모펀드 주도로 시장이 급성장했다.

이들은 기업대출을 구조화해 다양한 펀드와 상품들을 만들어냈는데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가 사업개발회사(BDC)다.

BDC는 성장성이 입증된 중소·중견기업에 직접 대출 및 지분투자 하는 상장 투자회사로 운영된다. 투자자들은 BDC 주식을 증시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으며, 연 8~10%의 높은 배당 수익률 덕분에 최근 몇 년간 고액 자산가들에게 인기 있는 투자 수단으로 부상했다. 국제로펌 메이어 브라운에 따르면 미국 BDC 시장 규모는 2020년 1천270억달러에서 지난해 4천510억달러로 증가했다.

그밖에 기업 대출을 묶어서 트렌치로 재구조화한 CLO, 부실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부실채권 투자 펀드, 개인투자자 중심의 인터벌 펀드 등의 형태가 있다.

*그림2*

--사모신용 시장, 갑자기 왜 문제가 됐나

▲사모신용 시장은 저금리, 유동성이 풍부한 환경에서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투자자에게는 높은 수익률을 주는 좋은 투자처였고, 기업에는 급할 때 은행 외 돈을 빌릴 수 있는 창구였다.

그러나 2022년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급격히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위기의 도화선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모신용 시장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변동 금리 형태로 대출을 받은 만큼 금리가 높아짐에 따라 대출 부담이 급격히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은 고금리에 버티고 있지만, 약 3년이 지나면서 위험이 높았던 대출들에서부터 부실의 징후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퍼스트브랜드 등의 파산이 이런 부실 징후를 일부 드러내며 시장에서는 사모펀드들이 수익성 때문에 부실한 기업들에까지 무분별하게 대출해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실제 기업들의 디폴트 비율이 2022년 이후 크게 늘어났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 사모신용 시장에서 대출받은 기업들의 디폴트 비율이 지난해 9.2%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24년의 8.1%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대부분의 디폴트는 매출 2천500만달러 이하의 소형 기업들에서 발생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MSCI는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2년 이후 금리가 급등한 뒤 사모신용 펀드의 선순위 대출 중 약 20% 상각 가능성이 있는 대출 비율이 2022년 대비 3배 늘었고, 50% 상각 가능성이 있는 선순위 대출은 5%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MSCI는 "현재로서는 펀드가 손실을 상쇄할 만큼의 수익을 내고 있지만, 파산 소식이 점점 더 많이 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가 베테랑 투자자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부실하다고 여겨지는 기업 대출 비율이 지난 2022년에 급증했으며, 그 이후로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호황을 보였던 사모 대출의 업보가 이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서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기존 소프트웨어기업의 사업 모델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급격히 커진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사모신용 시장에서 주요 펀드들은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익스포져가 약 20% 내외로 높은 편이다.

JP모건은 주요 30개 BDC에서 소프트웨어 업종이 차지하는 대출액이 약 700억달러로 전체의 16%를 차지한다고 분석했으며, UBS는 기술 기반 소프트웨어가 BDC 보유 자산의 25%에 해당한다고 추산했다.

월가에서는 지난 몇 년간 소프트웨어 업종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 소프트웨어 업종 전반의 인수·합병(M&A)이 늘어난 가운데 사모펀드들이 지분을 직접 인수하거나 차입매수(LBO) 자금 등을 지원해줬다.

피치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사모신용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의 디폴트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AI의 역습으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부도율이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UBS는 AI로 인한 급격한 산업 재편 같은 최악의 경우 사모신용 펀드 내 소프트웨어와 기술 부문의 부도율이 15%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사모신용 펀드의 평균 부도율 2~5%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jykim@yna.co.kr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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