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모건스탠리와 블랙스톤 등 월가 주요 사모펀드들이 대규모 환매 요청을 받았다는 소식은 월가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쓰러진 거물 베어스턴스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에 사모신용 펀드 운용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으며, 일부에서는 연초 대비 40%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사모신용 펀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운용사에서 펀드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대책들도 내놓고 있다.
---빅네임 거론에 얼어붙은 투자심리…상위 운용사 익스포저 어느 정도 되나
▲사모신용 펀드들이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에 모두 수용하지 않고, 환매를 중단하거나 일부만 상환했다는 뉴스는 투자심리를 뒤흔들었다.
월가에서 언제나 굳건하리라고 믿었던 블랙스톤, 모건스탠리 같은 대형 업체들의 이름이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인 BDC펀드로 꼽히는 블랙스톤의 'BCRED'펀드에서 지난 1분기에 약 38억달러(약 5조6천억원) 규모의 환매 요청을 받았다는 점은 상징적이었다.
JP모건은 "BCRED 펀드가 가장 큰 비상장 BDC펀드이자 대표적인 자산 상품인 것을 고려하면 BCRED펀드에서 대규모 환매 요청이 나온 것은 직접 대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이정표"라고 진단했다.
이 펀드는 약 82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 중이며, 소프트웨어 산업에 약 26% 가량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자산은 480억달러 규모다.
블랙스톤은 자체 자금까지 동원하며 초과 환매 요청을 수용했다.
블랙스톤은 "BCRED 펀드의 700개 대출 중 95%가 선순위 담보대출"이라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또 "차입자들이 평균적으로 연 10%의 비율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늘고 있으며, 이들의 현금 흐름은 이자 지급액을 2.1배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BS의 마이클 브라운 애널리스트는 "순자산의 3.5% 이상이 유출된 것은 월가의 예상보다 높았다"며 "올해 블랙스톤의 수수료 관련 수익이 1%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모든 상환이 완료되고 투자자들에게 유동성 제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투자자들로부터 여전히 부정적 반응이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모건스탠리도 자사 사모신용 펀드 '노스헤이븐 사모인컴펀드(PIF)'의 1분기 환매 한도를 펀드 지분의 5%로 제한해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 규모의 절반만 수용했다.
이 펀드는 약 76억달러를 운용하고 있으며, 자산의 약 11%에 대한 환매 요청을 받았다.
모건스탠리는 이중 절반(45.8%)에 해당하는 1억6천900만원을 회수했다고 밝혔으며, 펀드 신용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 PIF 펀드는 1월 기준 44개 산업의 312개의 기업에 대출해줬으며,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1억6천900만달러를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블랙스톤과 모건스탠리 같은 대형 금융사가 연루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서도 지금까지 나온 것 외 다른 펀드로도 환매 요청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브라운 애널리스트는 "비상장 BDC에서 환매 요청이 여전히 거셀 것"으로 예상하며 비상장 BDC에서 BCRED 다음으로 규모가 큰 것은 블루아울 캐피탈의 크레딧 인컴 펀드라고 진단했다.
블루아울의 '크레디트 인컴 펀드'는 총자산 약 350억달러로, 순자산은 200억달러에 근접한 것으로 추산된다.
브라운 애널리스트는 사모신용 시장이 "안전하다고 선언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사모신용 운용사들 가운데 가장 운용 규모가 큰 곳은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레킨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사모신용 펀드 운용자산(AUM)을 기준으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AUM 4천800억달러로 가장 운용 규모가 컸고, 블랙스톤(3천547억달러)과 아레스 매니지먼트(3천353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KKR은 2천420억달러, 칼라일 그룹이 1천898억달러였으며, 골드만삭스자산운용도 1천10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또 이들은 드라이파우더(미집행 보유금)도 1천381억4천만달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신용 펀드 운용사, 주가도 일제히 폭락
▲사모신용 펀드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하면서 이를 운용하는 운용사들의 주가도 연초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12일 장 마감 기준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NYS:APO) 주가가 연초 대비 31.59% 하락했고, 아레스 매니지먼트(NYS:ARES)는 올해 들어 40.3% 폭락했다.
블랙스톤(NYS:BX)도 연초 이후 33.75% 밀렸고, 블루아울 캐피탈(NYS:OWL)도 같은 기간 42.37% 밀렸다.
KKR(NYS:KKR)은 연초 이후 34.20% 밀렸으며, 칼라일 그룹(NAS:CG)도 23.35% 폭락했다.
블랙록(NYS:BLK) 주가는 연초 이후 13.78% 하락했다.
모건스탠리(NYS:MS)는 올해 들어 13.05% 밀렸고, JP모건(NYS:JPM)도 같은 기간 12.21% 하락했다.
사모신용 시장에서 상환 요구가 빗발치고, 펀드 운용사나 이들에게 대출해준 은행들에도 불똥이 튈 것이란 우려가 금융주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JP모건이나 블랙록 같은 대형 금융기관들이 사모신용 펀드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투자자들은 다른 금융사들도 겁을 먹었을 것이라 여기게 된다"고 주가 급락의 이유를 설명했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이나 금융사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최근 환매 요청이 급증하는 등 투자자 불안이 커지자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자사 펀드의 순자산가치(NAV)를 더 자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존 지토 아폴로자산운용 공동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아폴로 신용펀드의 NAV를 매월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NAV를 매일 공개하고, 제3자 평가도 진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이런 움직임은 사모신용 펀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아폴로를 계기로 다른 운용사들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다.
한편, 월가 대형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최근 부실 우려가 커진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출을 제공한 사모대출 펀드의 담보 자산 가치를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담보 가치가 낮아지면 사모펀드가 은행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금 한도도 줄어들며 경우에 따라 기존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
그동안 대형 은행들은 자본 규제로 인해 사모신용 시장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웠던 만큼 사모펀드에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시장 확대에 참여해 왔다.
이번 JP모건체이스의 담보 자산 가치 조정은 월가 주요 금융회사들이 사모 신용 시장의 부실 위험에 대해 보다 보수적인 태도로 돌아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소프트웨어 업계 부실 우려가 커지자 관련 기업 대출 가격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파생상품 거래 구조를 고객들에게 제시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일부 헤지펀드 고객들에게 총수익스와프(TRS) 형태의 파생상품을 제안했다. 이 상품은 기술기업 관련 대출의 시장 가격이 하락할 경우 투자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jykim@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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