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IMF)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전문가들은 당장 사모신용 펀드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급격히 성장한 사모신용 시장이 은행, 보험사 등 전통 금융기관과 깊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필두로 규제 당국도 사모신용 시장에 대한 감독 강화를 추진 중이다.
-- 사모신용 펀드의 구조적 취약점과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시장에서는 사모신용 펀드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인한 유동성 고갈 문제와 사모신용 펀드 내 부실한 자산들이 뒤늦게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사모신용 펀드는 평균 약 5년 동안 기업들에 대출해준다. 이 때문에 태생적으로 쉽게 팔 수 없는 자산을 보유하면서도 분기별로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에 대응해야 하는 유동성 불일치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보통 분기별로 펀드 전체 자산의 5% 내에서 환매 요구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최근처럼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며 단기간 5%를 넘는 환매 요구가 나타날 경우 환매를 중단하거나 임직원의 사재를 털어 넣는 등의 방식을 통해 사태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부실하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투자자들의 환매가 몰리면 유동성이 고갈될 수 있다.
최근 사모신용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급격히 감소한 반면, 환매 요청은 크게 늘어난 상태기 때문이다.
제프리스 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달 부유층들의 자산 중 민간신용으로 유입된 총액은 12억7천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32억7천만달러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이는 지난 12개월 중 최저 수준이다.
블랙스톤의 BCRED펀드가 단적인 예다. 이 펀드는 지난 1분기 38억달러라는 사상 최대 환매 요청을 받았지만, 유입액은 20억달러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아레스 매니지먼트, 블랙록, 블루아울 등이 관리하는 주요 비상장 BDC들이 통상 전체 자산의 약 10~20% 정도는 유동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환매 요청이 급격히 몰릴 경우 유동성이 고갈될 우려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모신용 펀드들은 대출 대상이 주로 중소·중견기업에 집중되고, 공개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다 보니 자산의 정확한 가격을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펀드 운용사들은 통상 포트폴리오의 자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 외부 회계기준이 아닌 내부 평가모델을 사용한다.
하지만, 시장 불안이 커짐에 따라 펀드 운용사들이 실시한 평가모델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구조는 운용사가 손실 인식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내 실제 위험을 숨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의가 아니더라도 부실자산을 제때 찾아내지 못할 위험도 크다.
실제로 지난해 파산하며 시장에 충격을 준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드는 파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정상적인 차입 기업으로 분류돼 있었으며, 이중 담보 등의 행위 역시 파산 전에 발견하지 못했다.
월가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CEO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당시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최고 등급인 'AAA'를 받았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사모대출의 가격은 제로(0) 아니면 100 두 가지뿐"이라며 "언제든 매도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안전하지 않다. (부실 우려로) 당신이 매도하려는 시점에는 가격이 매일 급락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월가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고, 앞으로 사모신용 시장은 어떻게 될까
▲월가에서 사모신용 시장이 부실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사모신용이 부실 징후를 감추고 있고, 보험사와 연기금 등 여러 금융기관과 개인 투자자들까지 투자해 그물망이 넓게 엮여 있는 만큼 붕괴 시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전 최고경영자(CEO)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사모신용 시장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이 숨겨진 위험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은퇴자금 등 개인 투자자들에게까지 팔리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사바 캐피털을 이끄는 보아즈 와인스타인도 사모신용 시장의 문제점이 "분기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유동성을 약속하는 금융 연금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일은 여러 이유로 강세장 한가운데서 문제가 생기고, 사기가 일어나고, 사기가 아니라도 부실해지는 기업이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대로 지금의 공포가 과도한 시장 반응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펀드 환매 중단 등은 투자자들의 불안에 의한 유동성의 문제일 뿐 펀드 구조 자체의 부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투자은행 오픈하이머의 크리스 코토브스키 분석가는 "블루아울 캐피탈의 주가 급락 등은 투자자들의 불안이 문제지 펀드 신용구조의 근본적 붕괴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자산의 일부가 부실해지더라도 포트폴리오 자체는 건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크레셋의 차기 CEO로 선임된 수지 크랜스턴은 "전체 포트폴리오를 보면 균열이 전혀 보이지 않고, 걱정할 만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람들이 주택담보대출 납부를 밀렸다고 해서 JP모건이 파산할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은행업과 마찬가지로 사모신용 펀드 역시 부실 채무가 소수 존재하더라도 포트폴리오가 크고, 분산화돼 있기 때문에 치명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월가에서는 사모신용 펀드에 대한 우려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발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우려로 시작됐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그간 승승장구하던 BDC 등 사모신용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던 돈이 줄며 시장 규모가 대폭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 로버트A.스탠거&컴퍼니는 올해 BDC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약 40%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월 비상장 BDC 매출은 32억달러로, 전월비 40% 감소했고, 최고치였던 지난해 3월의 62억달러보다는 49% 급감했다.
BDC 주가도 지난해 7월 이후 20% 이상 하락하며 2022년 수준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그간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던 만큼 규제당국이 민간 신용시장의 위험을 인식해야 하며, 펀드들 역시 전면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핌코는 "직접 대출을 하는 사모신용 펀드들의 느슨한 심사 기준과 이로 인한 위험을 감안한다면 전면적인 스트레스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림2*--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지.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월가 대다수 전문가는 당장 사모 신용시장이 붕괴한다거나 전방위적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사모 신용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며 전통적 금융기관과의 연결성이 높아진 점에 대한 우려는 나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6대 주요 신용 위험 가운데 하나로 "민간 신용 내 스트레스 주도 전염"을 꼽았다.
사모 신용시장 확대로 전통적 금융기관인 은행, 보험사 등과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런 연결고리가 위기 발생 시 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미국 은행들은 사모펀드를 포함한 비예금기관 대출기관(NDFI)에 1조2천억달러를 대출해줬다. 이는 은행 전체 대출의 10.4%를 차지하는 것으로, 10년 전의 3.6% 대비 세 배가 늘어난 수치다.
사모신용 펀드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자들의 자금 외 은행에 담보를 주고 빌린 돈도 기업 대출 자금으로 쓰는 '백 레버리지'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사모신용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보험사들도 높은 익스포져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 보험사들이 보유한 사모신용 규모는 약 1조8천억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절반 가까이(46%) 차지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10월 발간한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비은행 금융기관(NBFI)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며, 금융시장 충격이 은행으로도 확산할 '전염(spillover) 위험'을 경고했다.
IMF에 따르면 미국·유럽 은행들의 NBFI 익스포져는 약 4조5천억달러로, 은행 대출 포트폴리오의 9% 수준에 해당한다.
최악의 경우 사모신용 펀드에서 시작된 부실이 은행과 보험사 등으로까지 확산하며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만일 이러한 사모신용 시장이 붕괴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나서서 구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이자 마이클 버리와 함께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에서 이익을 본 투자자 대니 모세스는 2조 달러 규모의 민간 신용시장이 붕괴한다면 "연준이 구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모 신용시장 규모가 이미 너무 커져 '대마불사'가 돼버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규제당국이 검토 중인 대응 방안이 있는지
▲사모신용 시장이 워낙 빠르게 성장했고, 투명성이 부족하다 보니 감독 당국 측에서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이를 법제화한 것은 EU다.
EU는 사모신용 시장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2024년 사모 펀드에 대한 규제를 담은 '대체투자펀드지침(AIFMD) 개정안'을 확정했으며, 회원국들은 2026년 4월까지 이를 국내법에 반영해야 한다.
이 개정안은 은행보다 약한 규제를 적용받는 사모펀드가 기업 대출을 공급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으며, 급성장한 사모신용 시장에 대한 감독체계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규제는 사모신용 펀드의 레버리지 제한과 대출의 5%를 직접 보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 단일 차입자에 대한 익스포저를 제한하고, 보고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영국에서도 사모신용 시장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사모신용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높은 레버리지, 낮은 정보 공개 수준 등이 금융 안정성 측면에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된다고 보고, 관련 시장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방안을 검토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지난해 10월 연설에서 사모신용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금융 시스템과의 연결성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기구 차원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설립된 금융안정위원회(FSB)를 이끄는 베일리 의장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스테이블코인과 함께 사모신용 시장에 대한 감독과 데이터 수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규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폴 앳킨스 의장은 지난해 7월 은퇴자금이 사모신용 상품에 투자될 경우 투자자 보호 장치와 위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은퇴 계좌를 통한 사모펀드와 암호화폐 투자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한 와중에 나온 것으로, 앳킨스 의장은 당시 "노동부(DOL)와 협력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드레일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jykim@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금융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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