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 항공 질서를 논의하는 핵심 무대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한국은 무려 9연임에 성공한 당당한 이사국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처음으로 이사회에 진출한 이후 25년간 이사국 자리를 지켜왔다. 사반세기 동안 ICAO의 정책 수립 과정에 중단없이 참여하면서 국제 항공 사회에서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하지만 지금 ICAO에서 한국의 외교적 존재감은 그 위상에 걸맞다고 보기 어렵다.
이재완 ICAO 주재 한국 대사가 지난해 6월 퇴임한 이후 후임 대사가 9개월째 지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사국의 대표부 수장이 장기간 공석인 상황은 단순한 인사 지연을 넘어 항공 외교 공백이라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대사는 국제기구에서 국가의 입장을 대표하고 협상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다. 특히 ICAO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는 외교전에 따라 선거 이전에 결과가 사실상 결정되기 때문에 대표부 수장의 네트워크와 협상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대사들이 줄지어 앉아있는 회의장에서 한국의 자리만 직무대행이 앉아있는 모습이 장기간 비친다면, 이는 곧 우리나라의 항공 외교 의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현재 ICAO 이사회에서 '파트 3' 이사국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ICAO 이사국은 주요 항공국으로 구성된 파트 1, 항행시설 기여국 중심의 파트 2, 그리고 지역 대표국 성격의 파트 3으로 구분된다.
파트 1 이사회에는 미국, 독일, 영국, 브라질, 중국, 일본, 호주, 이탈리아, 캐나다, 프랑스 등 고정석을 차지한 이사국들이 포진해있다. 2022년에 한 차례 큰 변화가 있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 국가들의 제재 의견에 러시아가 이사국에서 탈락했다.
파트 2 이사회 역시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인도 등 항공 영향력이 큰 국가들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가 속한 파트 3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등 중동 국가가 있고 동유럽의 폴란드,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 아프리카의 우간다 등 지역에서 돌아가면서 선출하는 국가들이 자리해 있다.
이렇게 파트를 나눠서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가 과연 위상에 걸맞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사국 9연임도 귀중한 성과지만, 항공 운송순위 세계 8위의 산업 역량과 ICAO 재정 분담금 전체 7위 수준의 기여도를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는 진작 파트 2의 이사회에 진출하고 파트 1 진입도 노려봤어야 마땅한 상황이다.
파트 2 진입을 위해 매진해도 모자랄 상황에 9개월째 대표가 없다면 한국의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물음표가 커질 것이다. 호시탐탐 이사회 진입을 노리는 비(非)이사회 회원국에 물어뜯을 거리를 제공할 여지도 충분하다.
25년 동안 지켜온 ICAO 이사국의 위상은 결코 당연하게 유지되는 자리가 아니다. 국제 항공 규범을 논의하는 무대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약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ICAO 대사 지명은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될 사안이다. (산업부 한종화 기자)
[출처 : ICAO 홈페이지 캡처]
한종화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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