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및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3주 차로 접어든 가운데 시장의 핵심 관심은 이 전쟁이 언제 끝날 것이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길어야 몇 주"라고 되풀이하고 있다. 이미 이란의 해군력과 공군력, 미사일 방어 체계가 망가진 만큼 트럼프가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하면 종전이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이 목적을 달성했다며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는 것은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셀프 종전 선언'을 한들 그게 진짜 종전은 아니라는 게 현재로선 금융시장의 판단이다.
미국의 종전 선언만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지 못했고 이란 체제도 뒤집지 못한 만큼 결국 '헛발질'했다는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이 여전히 이란의 게릴라식 전쟁 무대로 남는다면 그것은 미군의 패퇴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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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이란 전쟁의 종전을 선언하는 주체는 트럼프가 아닌 런던의 해상 보험 시장이라고 봐야 한다. 현재 화물선과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건너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런던 보험 시장이 부과한 천문학적인 보험료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종전 선언과 별개로 런던 보험 시장이 걸프 해역의 보험료율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을 때 비로소 이란 전쟁이 종식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런던 시장의 리스크 평가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조직은 합동 전쟁 위원회(JWC)다. 이 위원회는 전쟁, 테러, 해적 행위의 위험이 현저히 높은 지역을 '열거 지역(Listed Areas)'으로 지정한다. 이 지역에 진입하는 선박은 반드시 보험사에 추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 런던 보험 시장에서 해상 보험료의 상승폭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극단적인 수준이다.
보험 중개 업체 마쉬에 따르면 물리적 전쟁으로 선박이 입을 피해에 대한 보험료는 선박 보험 가액의 1~1.5%로 상승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전의 0.25%에서 6배 정도까지 뛴 것이다.
하지만 해운 경제 전문지 로이즈 리스트(Lloyd's List)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선박 종류와 국적, 목적지에 따라 보험료 가격대는 매우 다양하며 고위험 투자건의 금리는 7.5%로 책정되기도 했다. 지난주 중에는 10% 이상으로 올랐다는 소식도 나온다.
로이즈 리스트는 "가상의 5년 연식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은 미국 기업이 용선할 경우 현재 가치가 약 1억3천800만달러"라며 "이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항해할 경우 보험사는 선주가 아닌 용선주 측에 1천만달러에서 1천400만달러 사이의 보험료를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중동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VLCC의 하루 용선료도 이란 전쟁 발발 전 10만달러 미만에서 현재 80만달러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이는 배럴당 운송 비용이 20달러를 넘는다는 의미로 유가 급등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은 '미사일 자석(missile magnet)'으로 간주돼 최고 요율이 적용된다. 해상에서 불의의 급습에 언제나 노출된 가장 취약한 선박이라는 의미다.
런던 보험 시장의 이같은 요율 책정은 제아무리 트럼프와 미군이라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다. 수십개의 신디케이트와 민간 자본이 뒤엉킨 런던 보험 시장은 이미 전 세계 해상 보험의 표준이고 미국 보험자본의 존재감도 옅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보장을 위해 미국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를 통해 200억달러 규모의 보험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맥길앤파트너스의 데이비드 스미스 해양 책임자는 "전쟁 위험 분야에는 하나의 생태계가 존재한다"며 "특정 생태계 근처의 어디에서든 미국 보험사들의 포지션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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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해역의 위험 프리미엄이 원상 복구되려면 필요한 것은 트럼프의 종전 선언이 아니다. 런던 언더라이터들이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은 '실제로 공격이 멈췄는지 여부'다.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종전하더라도 걸프 해역 및 호르무즈 해협에 떠다니는 기뢰나 통제되지 않는 무장 세력의 드론 또는 무인 잠수정이 남아 있다면 리스크 평가는 바뀌지 않는다. 과거 사례를 봐도 '잔여 위험' 때문에 보험료가 정상화하는 데는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의 관찰 기간이 필요하다.
또한 실질적인 보험료 인하는 JWC가 걸프 해역을 '열거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제외한 이후부터 시작될 수 있다. JWC는 외부 독립 기관의 보안 평가 보고서를 근거로 결정을 내리는데 여기에선 정부의 발표보다 현장의 군사적 활동 감소와 민간 상선의 안전 통과 횟수 등 실질적 데이터가 우선시 된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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