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가계부채의 질적구조 개선을 위한 핵심 방안 중 하나인 민간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도입이 또 한번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은 초장기 순수 고정금리 주담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올해 초 관련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한 다주택자 주담대 억제 방안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관련 논의는 또 한번 보류됐다.
◇ 변동금리 여전히 절반 이상…금리 리스크 우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르면 내달 발표할 부동산 종합대책에 민간 초장기 주담대를 도입하는 내용은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동금리 비중이 압도적인 국내 가계부채 구조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선 민간 차원의 순수 고정금리 옵션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일찌감치 제기됐다.
금융당국이 이를 처음 검토한 것도 15년 전이다. 지난 2011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통해 고정금리 확대 방향성을 제시하며 해당 논의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이후 5년 혼합형과 주기형 상품만 출시됐을 뿐, 선진국 모델인 초장기 고정금리 모기지는 아직 첫 발을 떼지 못한 상태다.
최근 고정금리 주담대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된 것은 지난 2020년 전후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종료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오름세가 지속되면서다. 금리 오름세를 타자 변동금리 차주들의 금리 리스크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당시 2% 수준에 불과했던 주담대 금리는 6% 이상으로 뛰었다. 현재 주담대 차주들의 금리부담은 '진행형'이다.
해결책 모색을 위해 금융당국은 고정금리 주담대 도입 논의를 지속하는 한편, 혼합형과 주기형 상품을 바탕으로 급한 충격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폈다.
혼합형은 5년간 금리를 고정한 이후엔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구조다. 주기형은 특정 주기마다 금리를 다시 정해 해당 기간 동안은 해당 금리로 운영되는 상품이다. 대부분 5년이 적용된다.
도입 초기에만 해도 국내에선 혼합형과 주기형을 모두 고정금리 상품으로 분류하다가, 최근엔 주기형만을 떼 내 고정금리 카테고리에 묶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또한 선진국에서 주로 활용하는 순수 고정금리와는 거리가 있다. 결국 5년마다 변동된 시장금리로 조정된다는 점에서 금리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주담대 차주들 중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있는 비중은 65% 수준이다.
문제는 이 또한 '착시효과'라는 점이다. 혼합형이 포함되는 구조다. 5년간의 고정금리 적용 기간이 끝나면 해당 주담대들은 모두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업계에선 이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본다. 결국 국내 주담대 시장은 여전히 변동형의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2024년 초부터 적격대출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6억원 이상의 주택을 매입할 경우 활용되는 고정금리 주담대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라며 "당시 금융당국은 이를 대체하기 위해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강조했지만 해당 정책은 여전히 '공회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 인플레 상시화 우려까지…고정금리 필요성 커진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의 업무 포커스는 다주택자들의 주담대 관리에 맞춰지는 모양새다.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문제의식을 드러낸 사안인 만큼 신속한 대처가 필요해서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가계부채의 양적 관리 이외에도 질적 개선 측면인 장기 고정금리 도입 논의를 병행하는 것이 효능감과 부작용 완화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선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따른 다주택자 매물 출회에 더해, 향후 다주택·임대사업자 주담대 압박에 따른 추가 매물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무주택 차주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고정금리 옵션을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소비자 관점 뿐 아니라, 미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순수 고정금리 주담대는 필요한 옵션이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고정금리 주담대 도입 논의는 늘 이미 주담대 금리가 오를만큼 오른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반박으로 무마되는 경향이 짙다"며 "다만,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유가와 환율, 금리 변동성은 극심해진 점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 상시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중동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유가는 100달러 안팎을 지속 중인 상황이다. 금리 변동성도 커졌다. 지난달 말 3.572%였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3일엔 3.862%까지 뛰었다. 은행채 5년물은 은행권 혼합형 주담대의 벤치마크다.
특히 주요국을 중심으로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는 가운데, 향후 인상 가능성이 거론될 경우 이러한 흐름은 더 가속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단기간 내 5년 고정기간이 끝나는 혼협형 차주들과 변동형 차주들을 중심으로 금리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단 얘기다.
일각에선 과거 한 은행이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의 '미리보기 버전' 격이었던 10년 주기형을 출시했다가 선택을 받지 못했던 것을 두고 '시기상조'였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당시 커버드본드 발행을 기초로 한 민간 10년 주기형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데는, 은행 입장에서 자산-부채 듀레이션의 미스 매치를 해소할 방안이 마땅치 않았다는 평가도 많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장기 고정금리 활성화를 위해 은행·소비자에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약했던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 코드를 맞추려다 보니 첫 고정금리 주담대 출시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며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리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명제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언젠가 가야할 길임엔 틀임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의 히스토리를 보면 고정금리 주담대는 시장금리 수준에 따라 도입 가능성이 달라지는 종류의 논의도 아니다. 오히려 인플레이션 상시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 시점이 '골든타임'일 수 있다"며 "정교한 접근을 바탕으로 15년간 지속됐던 논의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jwon@yna.co.kr
정원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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