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베팅 키우는 서학개미…반도체 3배 레버리지에 1조4천억원 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7년 만에 1,500원을 넘나드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자금은 좀처럼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환율 약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서학개미 자금이 쉽사리 돌아오지 않으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장기화할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정부가 추진 중인 국내시장복귀계좌(RIA)과 레버리지 배수 한도 완화 등이 도입되면 해외로 향한 투자 자금의 유턴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 금액은 현재 약 1천600억 달러(약 238조원)로,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치(1천700억 달러)를 경신한 이후 고점 대비 약 5%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사상 최고치 랠리 등에 힘입어 국내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예탁금도 늘었지만, 감소 폭이 제한적인 만큼 이를 해외 투자 자금의 귀환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서학개미들은 변동성 장세에서 고위험 상품으로 베팅을 키웠다. 중동 리스크가 부각된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ETF 순매수 1위는 반도체 지수 3배 레버리지 상품인 SOXL(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로 9억5천911만 달러(약 1조4천억원)가 몰렸다.
SOXL 보유잔고 역시 이달 기준 3조3천364억원으로, 지난달 말(2조1천605억원) 대비 54% 급증했다. 테슬라(25조원), 엔비디아(16조원), 알파벳(7조원), 팔란티어(5조5천억원) 순의 종목별 보유 규모도 여전히 크다.
정부는 이들 투자자의 자금을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국내시장복귀계좌(RIA)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SOXL 같은 상품으로 빠져나가는 서학개미 자금을 국내로 유턴시키기 위해 현재 2배로 제한된 레버리지 ETF 배수 한도를 3배로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환율안정 3법' 중 하나인 RIA 관련법은 투자자가 해외 상장주식을 매도해 발생한 양도소득금액의 일정 비율(50~100%)을 공제해주는 내용이 담겨있다. RIA 도입과 레버리지 한도 완화 등이 실현된다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수요가 늘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작년 11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RIA 계좌가 시행된다면 국내 증시 유턴의 수혜가 꽤 있을 것 같다"며 "레버리지 ETF 배수 완화 등 기본적인 것들만 미국 증시와 유사하게 갖춰진다면 한국 증시가 좋은 상황에서 해외로 나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만으로 투자 심리를 되돌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가 단기간 급등한 점도 있고, 전쟁도 없는 나라에서 하루에 10% 넘게 움직이는 변동성을 보면 오히려 해외 투자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며 "악재가 터졌을 때 하단을 얼마나 공고히 지켜주느냐가 중요한데,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는 한국 증시가 그 부분에서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해외주식에 투자해 얻은 차익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한 이가 2.5배 이상으로 크게 늘며 50만명을 넘어섰다. 2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귀속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신고 인원은 52만3천709명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증권사 미국 주식 광고. 2026.1.22 mon@yna.co.kr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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