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②] 지속가능 구조 필요…"저원가성 예금 활용 관건"

26.03.17.
읽는시간 0

자고나면 뛰는 대출금리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당분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국고채·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3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50∼6.390% 수준이다. 사진은 1일 서울 시내에 위치한 은행 ATM 기기. 2026.2.1 saba@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정부가 추진 중인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도입 논의와 관련, 이번엔 지속가능성을 갖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 안팎에선 주담대 차주들은 물론, 은행들도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취급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정교하게 세팅하는 것이 해당 제도의 안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신한銀 왜 실패했나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지난 2024년 2천억원 규모로 출시한 10년 주기형 주담대는 소비자의 선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

당시 신한은행이 민간 첫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시도했던 데는 정부의 권고가 영향을 줬다.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재원으로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초기 정부의 청사진이었다.

신한은행 이외에도 커버드본드를 찍은 은행들은 일부 있었지만, 실제 관련 상품 출시를 시도한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했다.

대세인 5년 주기형·혼합형 대비 소비자 입장에선 금리 인센티브가 크지 않았던 점이 주된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많지만, 은행권 안팎에선 "애초에 확산이 어려웠던 모델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막 민간 장기 고정금리 대출의 첫발을 뗀 시점이었던 만큼, 고정금리 기초자산과 커버드본드의 듀레이션을 맞추는 노하우 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부채 듀레이션 미스매치를 해소할 길이 마땅치 않아 내부에서도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일찌감치 나왔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2천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면서 이를 재원으로 10년 주기형 주담대를 취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의 경우 조기상환이 빈번할 수 있는 점이 문제다. 금리가 내려갈 경우 중도 상환하고 새 대출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 은행 입장에서 관리해야 할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의 리스크 중 하나다.

반면, 커버드본드는 이표채인 만큼 주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다가 만기도래 시점에 원금을 갚는 구조다. 신한은행 커버드본드의 경우 10년 만기였는데, 조기상환될 경우 문제가 커진다.

낮아진 금리를 바탕으로 새 대출이 일으킨다고 해도 기존 발행해 둔 커버드본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역마진이 커지는 구조였다는 얘기다.

'과잉 유동성' 우려로 이어질 가능성도 문제였다.

신한은행의 경우 2천억원의 커버드본드에 맞춰 2천억원의 10년 고정금리 주담대를 내주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자·수신·상환 등으로 재운용되는 자금들을 제외하고 커버드본드를 통해 확보한 자금만을 활용해 대출을 내주는 모델은 애초에 예대마진 중심의 상업은행 모델에선 적절치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 "저원가성 예금 활용이 대안"

금융당국이 수년간 운영했던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도입 태스크포스(TF)에서는 커버드본드와 직접 매칭하는 방식이 아닌, 은행들이 보유한 저원가성예금의 일정 부분을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요구불예금 등이 포함된 은행 저원가성 예금의 주된 특징은 낮은 조달 코스트에 있다. 급여통장, 지급결제 대기자금 등이 포함된 은행 저원가성 예금군의 조달금리는 통상 0.1%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은행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금조달 루트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만큼 잔액 변동성도 심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반적이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선 오히려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게 저원가성 예금의 특징이다. TF 또한 이 지점에 착안해 구조를 짰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개인의 행동 패턴은 다를 수 있지만, 전체 관점에서 보면 저원가성 예금은 오히려 잔액 흐름에 큰 변동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해당 자금을 최장만기 5년의 '장기 안정예금'(Long-term Stable Deposit)으로 분류한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은행업의 본질은 사실 예대마진"이라며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저원가성 예금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고정금리 확대에는 더 자연스러운 접근일 수 있다"고 전했다.

저원가성 예금의 경우 조달금리 자체가 크게 낮아 고정금리 주담대 취급 중 발생할 수 있는 금리 충격에 대응 여력이 크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조기상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은행권이 안정적으로 이자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제로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보금자리론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보면 평균 듀레이션은 7년 안팎에 불과하다"며 "조기상환 등의 이유로 실제 30년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 머니무브 가능성 대비…커버드본드로 보완조치

우려되는 지점은 머니무브나 뱅크런 등의 사태로 저원가성 예금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경우다.

실제로 지난 2022년엔 미국 등이 급격히 정책금리를 올렸을 당시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머니무브와 뱅크런 조짐이 감지됐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MBS형 커버드본드를 발행해 충격을 상쇄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은행권이 예·적금의 수신금리를 올릴 경우엔 요구불예금의 추가 이탈이, 은행채 발행의 경우 여전채·회사채 등의 구축효과로 이어져 연쇄 파장을 줄 수 있는 만큼, 커버드본드라는 별도의 보완장치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레고랜드 사태 당시 국내 은행권이 수신경쟁에 나서면서 코픽스와 변동금리 차주들은 악영향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수신경쟁 탓에 자금조달 원가를 넘어서는 수익률이 필요했던 제2금융권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뛰어들어 스스로 부실을 키우기도 했다.

은행채 발행을 늘릴 경우 투자수요를 흡수하면서 여전채와 회사채 발행을 방해할 가능성이 커진다. 레고랜드 당시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은행채 발행 자제령을 내렸던 것도 이러한 이유다.

다만, 커버드본드의 경우 단기물 중심인 은행채와 달리 보험·연기금 등으로 수요 기반이 어느 정도 차별화돼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단기자금 시장에 끼칠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은행권 입장에선 다양한 자금조달 루트를 확보하게 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아직까지 국내 은행권의 경우 자산유동화를 통한 자금조달이 많지는 않은 상태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5년 혼합형·주기형 주담대 수준의 금리 레벨을 맞출 수 있는 지가 향후 고정금리 주담대 흥행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jwon@yna.co.kr

정원

정원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