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는 생산적 금융이 대기업 위주로 가는 걸 꺼리고 있어요. 그 부분에서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간 엇박자가 나고 있죠."
'생산적 금융이란 무엇인가'는 요즘 은행권에서 자주 제기되는 질문이다.
정부는 생산적 금융의 활성화를 통해 기존 부동산에 투자되던 자금을 첨단·벤처·혁신 기업에 투자하고, 예금·대출 위주에서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것으로 머니무브가 이뤄지길 목표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은 가계대출 일변도에서 기업대출과 기업금융(IB) 등을 더 활성화하는 것으로 생산적 금융의 방향성을 잡았다.
은행별로 자체 업종 분류도 나섰다. 일례로 KB국민은행은 1천여개 업종을 생산적 금융 대상 산업으로 분류했다. 이 업종을 네 개 영역인 ▲ 첨단전략 ▲ 일반성장 ▲ 안정성장 ▲ 전환관리 산업 등으로도 나눴다.
우리은행은 아예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2026 생산적 금융 가이드북'을 마련해 첨단전략산업을 정의하고 기준을 정했다.
은행들은 '사양 산업'이 아니라면 폭넓게 생산적 금융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 대규모 자금이 집행되는 방향성에 관해 이견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금 자산이 많고 조달 능력이 높은 기업에 생산적 금융을 적극 투입하면 정작 필요한 소호(SOHO), 중소기업에 금융권 자금이 공급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7조원에 달한다. 단기금융상품을 합하면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은 125조원을 넘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이 24조원을 웃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현금이 이미 많은데 대규모 자금 투입이 되는 것에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간 관점의 차이가 있다"며 "당국이 대기업 위주로만 은행 자금이 흐르는 걸 꺼리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생산적 금융을 통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부문에 대규모 대출·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두 대기업을 빼고 어디에 투자할 수 있냐는 반문도 나온다.
국민성장펀드는 7개의 1차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중 '첨단 AI 반도체 파운드리'와 '차세대 전략반도체' 관련 프로젝트처럼 대기업에 저리 대출을 실행하는 건도 있다.
이에 지난달 말 삼성전자의 평택 5라인 AI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프로젝트와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울산 전고체배터리 공장 구축사업이 첨단전략산업기금을 통한 저리 대출 제공 건으로 선정됐다.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1단계 설비투자에는 8조8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 중 6조3천억원은 자체 조달하기로 했다. 나머지 2조5천억원 중 2조원은 첨단전략산업기금이 투입되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1천억원씩 5천억원을 넣기로 했다.
국민성장펀드는 대기업에 투자하더라도 명확한 기준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대출·투자금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사용되느냐를 중점적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자금이 흘러갔을 때 국내 중소기업에 낙수효과가 발생하거나 고용 유발 등이 일어나는지를 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 위주로 생산적 금융 투자가 이뤄져도 중소기업이 간접적인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가 처음 도입될 때와 비슷한 상황으로 생산적 금융이 정확히 무엇인지 지속해 의논이 필요할 것"이라며 "당국은 중소기업 위주로 자금이 흐르길 원하고 있어 삼성, 현대차 등이 자금을 해외 투자에 사용한다고 할 때도 '생산적 금융'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부 한상민 기자)
[촬영 이지은] 2022.1.5 [촬영 김성민] 2024.10.24
smhan@yna.co.kr
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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