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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치 제고 역행"…게임업계, 정관 변경으로 '개정 상법' 회피 우려

2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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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넷마블·크래프톤 등 '자사주 소각' 예외 조항 활용

3월 주주총회 시즌 돌입…안건 통과 여부에 업계 관심 집중

지난해 부산 벡스토에서 열린 지스타 행사장 모습긴 대기줄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국내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상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한 가운데 개정 상법의 취지를 회피하는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게임 회사들이 나오면서 우려를 키웠다.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자사주 활용 범위를 넓히거나 이사회의 독립성을 약화할 수 있는 정관 변경안을 대거 상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자사주 소각 원칙'…게임사들은 '예외 정관'으로 응수

17일 연합인포맥스가 국내 주요 게임사의 3월 정기 주총 의안을 분석한 결과 '자사주(자기주식)의 보유 및 처분'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거나 변경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이 대거 확인됐다.

가장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가 기존 '자사주 소각' 조항을 '경영상 목적 보유 및 처분' 조항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넷마블과 크래프톤 역시 '전략적 제휴'나 '사업 다각화' 등 경영상 목적을 명분으로 한 자사주 보유·처분 근거를 정관에 새롭게 담았다. 이 외에도 위메이드와 위메이드맥스, 컴투스, 넥스게임즈 등 국내 굴지 게임사들도 자사주 보유 및 처분 조항을 이번 주총 안건으로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본격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기업이 신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에 반드시 소각해야 하며 기존 보유분도 1년 6개월 이내에 처분하거나 소각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나 '백기사'를 동원한 경영권 방어에 악용되는 것을 막고,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위해 정관에 근거를 명시한 경우' 주총 승인을 얻어 자사주를 계속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존재한다.

해당 기업들은 이러한 예외 조항에 의거해 자사주 소각 의무를 선회할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관계자는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및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자사주가 활용될 경우, 일반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면서 "상장사 50여 곳이 자사주 처분 및 보유 안건을 담았는데 게임회사들도 대거 포함돼있다"고 설명했다.

◇ 이사 수 제한으로 '집중투표제' 회피 시도…유증·메자닌 조항도 '주의'

이사회 구성을 제한해 소수 주주의 목소리를 차단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가장 대표적으로 크래프톤은 기존에 하한선만 있던 이사 수를 '3인 이상 7인 이내'로 제한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는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시각이 많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1주당 1표가 아닌 선임하려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1인 후보에게 집중해 투표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소액주주들이 표를 모아 원하는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고, 대주주의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하는 수단이다.

집중투표제의 특성상 이사 정원이 적을수록 소수 주주가 추천한 이사가 선임될 확률은 낮아진다.

상법 개정의 취지가 소수 주주의 목소리를 이사회에 반영하는 것이지만, 크래프톤은 이사회 규모를 축소해 장벽을 높이는 행보를 보였다.

이 외에도 제3자 신주배정과 메자닌 등 주식 발행 확대 안건 등도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엔씨소프트는 제3자 신주배정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사유에 '경영상 목적(M&A, 제휴, 재무구조 개선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데브시스터즈의 경우 CB와 BW 발행의 경영상 목적에 '긴급한 자금 조달, 전략적 제휴' 등을 추가했다.

이러한 조항은 신주 발행을 늘려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희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제3자 배정 유증의 경우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막힌 '우군' 확보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와 재무구조 개선 등 목적에 따라 주총 안건이 상정된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법 개정안의 핵심인 주주가치 제고에 반할 수 있는 안건들이 나오면서 주총에서 해당 안건들이 통과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jwchoi2@yna.co.kr

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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