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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니 정체불명 대출 3천600개'…美 환매중단 사모펀드 클리프워터의 이면

2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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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사모신용 펀드 투자자들이 '출구'로 질주하고 있다. 이는 펀드의 주주들이 자신이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불투명한 공시가 불신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미국 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현재 420억 달러 규모의 '클리프워터 코퍼레이트 렌딩 펀드'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 펀드의 공식 순자산가치(NAV)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믿고 있으며, 더 늦기 전에 보유 주식을 처분하려 하고 있다.

WSJ은 이 펀드의 구조를 두고 "블랙박스를 열었는데, 그 안에 5천개의 블랙박스가 더 들어있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클리프워터 펀드의 최신 분기 보고서를 보면 중견 기업 차입자에 대한 직접 대출과 다른 사모신용 펀드의 지분 등을 포함해 3천600개 이상의 개별 보유 자산이 나열돼 있다.

어코디언 파트너스, ALKU 인터미디어트 홀딩스, ZB 홀코 등 일반투자자들에겐 대부분 생소한 이름들이다.

또한 이 펀드는 약 1천개에 달하는 서로 다른 차입자들에게 제공하기로 약정한 69억 달러 규모의 '미인출 대출 약정' 1천700건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유동성 위기 발생 시 펀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인이다.

인터벌 펀드 트래커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총자산 420억 달러 규모(약 62조 원)인 클리프워터 펀드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사모신용 인터벌 펀드 중 최대 규모다.

인터벌 펀드는 3개월, 6개월 등 정해진 주기(Interval)마다 환매 신청을 받는 펀드다.

이 펀드의 이사진에는 작년 4월 SEC 의장으로 취임한 폴 앳킨스가 포함돼 있었다. 그는 SEC 의장 취임 직전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WSJ은 공시의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클리프워터가 투자한 '아레스 커머셜 파이낸스' 펀드를 꼽았다.

클리프워터는 이 펀드가 작년 6월 30일에 청산될 것이라고 일관되게 공시해왔으나, 해당 날짜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작년 9월 30일 기준, 청산됐어야 할 아레스 펀드에서 1천100만 달러의 미실현 이익이 발생했다고 클리프워터는 보고했다.

공시 자료에는 여전히 '청산 기한: 2025년 6월 30일'로 기재돼 있었지만, 왜 펀드가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으며 3개월 후인 12월에는 투자 가치가 1억1천150만 달러로 더 늘어났다고 발표해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키웠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클리프워터 측은 해당 날짜 기재가 "무기한 운영되는 '에버그린 펀드'로의 전환을 반영하지 못한 단순 오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문은 이러한 식의 불명확한 공시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실이 나서 청산을 못하자 에버그린 펀드로 전환해서 수명을 연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투자자들로부터 받는다는 얘기다.

펀드 자산의 가치 산정 방식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점도 근본적인 문제로 지목된다.

클리프워터가 작년 12월31일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자산 중 297억 달러 규모(71%)가 관측 불가능한 투입 변수로 평가되는 '레벨 3' 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가격이 없는 자산을 운용사의 주관적인 모델로 평가하는 방식이 가치 산정의 신뢰를 무너뜨렸으며 결국 '부풀려진 장부가'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탈출하는 계기가 됐다고 WSJ은 분석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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