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금융당국, 이사회 '속기록'까지 들여다본다…지배구조 개편 본격화

26.03.18.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막판 조율 중인 가운데, 금융지주 이사회 운영 전반에 대한 투명성 강화에 나선다.

이사회 안건이 부의되기 전 단계부터 논의 과정을 기록하고 회의 발언 전체를 담은 속기록 보존까지 검토하는 등 고강도 개선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 책임이 시장에 드러나는 구조로 바뀌면서 보수 체계 개편 논의로 확산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사회 논의 전 과정 들여다본다…투명성 넘어 책임 강화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의 내용과 발표 일정을 막판 조율 중이다.

이번 방안에는 이사회 운영 전반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금융당국은 단순히 이사회 의결 결과를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 안건이 부의되기까지의 논의 과정 전반을 점검하는 방향으로 정책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그간 금융지주 이사회는 안건 찬성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거수기' 논란이 반복돼왔지만, 당국 내부에서는 문제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비가시성에 있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런 사전 조율 과정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으면서 형식적 의결 구조로 비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안건 부의 이전 단계에서의 수정 이력과 주요 질의, 보완 요구 등을 보다 상세히 기록하도록 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나아가 이사회에서 오간 발언 전반을 담은 속기록 형태의 원자료를 보존하고 이를 기존 의사록과 비교·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의사록이 형식적으로 작성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속기록 수준의 원자료를 남기고 실제 의사록과 비교 검증할 수 있게 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번 조치를 '투명성 강화' 보단 '책임의 실질적 노출'로 해석하는 시각이 나온다.

논의 과정이 공개되면 사외이사 개개인의 판단과 발언이 그대로 시장에 드러나게 되고, 이는 곧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과 평판 리스크를 정면으로 떠안는 구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의 과정이 공개되면 사외이사 개인의 판단이 그대로 시장에 기록으로 남는다"며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게감 있는 의사결정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은 확대, 보상은 제자리…이사회 '방어적 구조' 고착

이 지점에서 사외이사들의 보수 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논의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책임을 시장에 드러내는 구조로 바꾸면서 그 책임의 가격을 책정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이사회는 적극적인 판단 주체라기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어적 의사결정 기구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 사외이사 보수는 연 1억 원 안팎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사외이사가 겸직 제한과 법적 책임, 평판 리스크까지 동시에 부담하는 자리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책임은 사실상 무한에 가깝지만, 보상은 제한된 구조라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이처럼 보상과 책임이 괴리된 구조에서는 사외이사가 주주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기보다, 평판 훼손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무난한 선택을 할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사후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의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고 기업 가치 측면에서도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경영인급 인사를 이사회로 유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과거 수십억 원대 보수를 받던 전문경영인이 낮은 보수와 높은 책임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외이사를 맡을 유인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이번 제도 개선이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구체화할 경우, 향후에는 사외이사 보수 현실화와 성과·책임 연동 체계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분한 보상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유인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명확히 부여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결국 사람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보상"이라며 "경영진에 준하는 판단을 요구하면서 보상은 그대로 두는 구조로는 이사회 수준 자체를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선진화 TF 첫 회의 주재하는 권대영 부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배구조 선진화 TF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6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sgyoon@yna.co.kr

윤슬기

윤슬기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