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KB증권 내에서 스테이블코인 '열공'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의 적극적인 독려 속에서다.
지난 10일 열린 KB증권 월례 임원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수업시간'이 마련됐다. 디지털자산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강진두 대표와 각 부서 본부장들 앞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강연을 진행한 것이다.
강의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의 개념뿐 아니라 이를 증권업에 적용하려면 어떤 관점에서 봐야하는지 등이 다뤄졌다.
애널리스트는 특히 미래에셋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사례를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1월 국내 증권사로선 처음으로 1천억원 규모 다중통화 디지털채권을 발행했다. 전통 자본시장의 영역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실물연계자산(RWA) 플랫폼인 '이더퓨즈'와 협업해 스테이블본드 발행을 지원했다. 스테이블본드는 실물 채권을 보유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신한투자증권이 맡았다. 스테이블본드를 통한 브로커리지 수익 기회를 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직접 발행에 참여하는 방식, 신한투자증권은 발행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새 사업기회를 찾았단 점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라는 것이다.
해외 사례 중에서는 결제기업 비자(VISA)를 꼽았다. 비자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플랫폼인 '브릿지'와의 제휴로 스테이블코인 연계 카드 서비스 지역을 전 세계 100여개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깜짝 강의는 강 대표가 직접 주문한 것이다. 올 1월부터 기존 이홍구 대표와 함께 '투톱 체제'로 회사를 이끌게 된 강진두 대표는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에 유독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디지털자산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KB증권의 내부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강진두 대표는 강의가 끝나고 각 부서 본부장들에게 "스테이블코인 공부해와라"고 지시했다. 각 담당 업무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과 사업 확장 방향을 검토하라는 얘기다.
KB증권 한 임원은 "잇단 국내 증권사들의 사례를 보면서 브로커리지 부문이 크게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미션도 받았으니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공부해 보려고 한다"고 했다.
KB증권은 어느 정도 의견이 모이면 향후 관련 조직 신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행보는 디지털자산이 증권가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단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기반 거래가 활성화하면 기존 증권사의 핵심 기능이 위축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래와 결제 과정이 단순화할수록 증권업의 '캐시카우'였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단 지적이다.
특히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이 마련되면 중개와 운용 등 영역에서 '디지털자산업자'들이 탄생하게 되는데, 이들이 결국 기존 금융사들의 경쟁사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위기보다는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2017년부터 이어진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의 분리) 규제를 허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규제가 풀리면 증권사와 은행 등 전통 금융사도 디지털자산 사업자에 대한 지분 투자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시장에 발을 들일 수 있다.
JP모건과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플랫폼 투자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이를 지켜보기만 했던 국내 금융사들도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증권부 신민경 기자)
[사진: KB증권]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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