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취지 회피 기업 '저격수' 예고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국민연금이 한국 증시의 구조적 저평가 원인으로 '주식수 효과'를 지목했다. 기업 이익이 늘어도 소액주주 지분 희석으로 주당 가치 상승이 제한된다는 지적이다.
국민 노후자금의 운용수익률을 지키기 위해 상법 취지를 회피하려는 기업들에 대해 적극 반대하는 '저격수' 역할을 예고하기도 했다.
◇연 -3% 깎인 주주가치…국민연금의 진단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손협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은 전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증시 밸류업을 위해 '기관계 맏형'인 국민연금이 일본 연금 GPIF처럼 국내주식 비중을 높이고, 책임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손 실장은 국민연금이 1~3차 상법 개정 전인 2024년까지의 주요국 주가를 분해한 결과를 공유하며 답을 대신했다.
가장 특징적인 요인은 '발행주식수'였다. 한국은 연평균 마이너스(-) 3%의 주식수 효과가 발생했다. 중국(-7%) 다음으로 큰 마이너스 폭이다.
반면 일본(+1.2%), 미국(+0.7%), 유럽(0%) 등 선진국은 오히려 주식 수 요인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국민연금이 말하는 '주식수 효과'란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자사주 재발행 등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해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주식수 늘수록 주주가치 희석…한국증시 저평가 원인
주식수 증가로 인한 지분가치 희석은 한국증시의 밸류에이션을 끌어내리는 고질적인 이유가 됐다.
통상 주식 가치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1/(r-g) 공식에서 r은 요구수익률, g는 장기성장률을 뜻한다. g가 높을수록 주식 가치는 높아진다.
잠재성장률 2%와 물가상승률 2%를 감안하면 한국은 약 4% 성장률이 기대되는 국가다. 하지만 주식수 증가에 따른 희석 효과(-3%)로 인해 주주가 체감하는 성장률은 1% 수준에 그쳤다는 게 국민연금의 진단이다.
기업 이익 증가분이 주주에게 온전히 귀속되지 못하면서 한국 증시가 구조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이 2012~2022년 기간 국가별 주식시장 수익률을 분해해 본 결과, 한국과 중국 주식시장은 발행주식수가 연평균 각각 3.8%와 7.8% 증가하면서 투자수익률을 훼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은 기업 순이익률 개선과 함께 주주환원정책 강화로 발행주식수가 연평균 1.4% 감소했고 배당은 2.4% 더해지면서, 전체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10.6%로 극대화됐다.
*그림1*◇상법 취지 회피 안건 '강력 반대' 예고
국민연금은 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한국증시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최근 증시 상승의 배경으로는 반도체 사이클과 상법 개정 효과가 각각 절반씩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일부 기업이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독립성 강화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상법 개정 취지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많이 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집중하는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활동은 이 부분이다. 상법 개정 취지를 우회하려는 여러 시도에 대해 강력 반대하고,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와도 관련 문제를 공유할 방침이다.
손 실장은 "앞으로 더 세밀한 상법 개정이 계속해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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