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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에 웃는다던 정유업계, 한 달이 고비

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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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장기화 시 수급 공백·운전자금 부담 확대

유가 상승·최고가격제 겹치며 현금흐름 압박 우려

지난 17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중동 전쟁이 한 달을 넘어서게 되면 국내 정유사들의 수급 차질과 운전자금 부담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쟁 장기화는 단기 수혜를 희석시키고 높은 중동 의존도의 부정적 영향을 확대할 것으로 분석했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P글로벌은 전날 발표한 자료에서 "중동 분쟁에 따른 공급 차질이 한 달 이상 장기화한다면 국내 정유사들의 높은 중동 원유 의존도와 제한적인 원료 다변화 수준은 상당한 신용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정유사들은 약 4~5주 분량의 원유 및 제품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유가 상승은 단기적인 재고평가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제품 가격 상승 폭이 원유 가격을 웃돌면서 정제마진도 개선되는 흐름이다.

문제는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 이후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고 있다. 해협 봉쇄는 곧 수급 불안으로 이어진다. 내달 초 분쟁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에너지시설 타격 이후 이란의 보복 공격이 이어지는 등 장기화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지난달 28일 시작한 전쟁이 장기화하면 재고 소진 이후인 이달 말이나 내달 초부터 정유업계가 시련의 시간을 맞이할 수 있다.

특히 유가 상승 국면에서 운전자금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운전자금은 기업이 일상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단기 자금으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더한 뒤 매입채무를 차감해 단순 계산할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세 항목들이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지만, 매입채무 증가분 대비 기업 내부에 묶이는 자금이 늘어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늘어난 운전자본을 감당하기 위해 보유 현금을 소진하거나 외부 차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S&P는 전날 한국석유공사 외화채 등급을 평가하며 공사가 최소 12개월간 높은 차입금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유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및 영업현금흐름 개선이 자본지출 및 이자지급 부담을 상쇄하기에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에 따른 현금흐름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부분이다.

정부가 지난 13일부로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는 국제 유가 변동을 반영해 2주 단위로 도매가격의 상한선을 설정한다. 최고가격제 도입으로 정유사들은 원가 상승분을 즉각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진다. 손실은 분기 단위 사후 정산을 통해 보전받는다.

구체적인 손실 산정 방식과 보상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손실 발생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보전이 이뤄지는 구조는 현금흐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업계는 손실액 검증에 따른 비용 증가와 손실분 전액 보전이 어려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S&P는 "유가 급등기에는 손실 발생 시점과 실제 보상 시점 사이의 시차가 운전자금 수요 증가와 실적 및 현금흐름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쓰오일[010950]을 제외한 주요 정유사들의 운전자본 규모는 상당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작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연결 기준 운전자본은 6조5천200억 원으로, 전사 매출 대비 8%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를 핵심 자회사로 두고 있고, 전체 매출액 중 59%를 석유사업이 차지한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의 운전자본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각각 5조9천700억 원, 1조1천2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매출액 대비 각각 18%, 5% 수준이다.

한편 에쓰오일의 작년 운전자본은 마이너스(-) 8천100억 원으로 계산됐다. 이는 최대주주 아람코의 원유대금 지급기일 연장에 따른 예외적인 사례로 파악됐다.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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