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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총파업 현실화 수순…HBM 경쟁에 변수 되나

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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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하면서, 2년 만에 총파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의 세계 최초 대량 양산 출하, AMD의 HBM4 우선 공급 대상자 선정 등 주요 고객사에 대한 HBM4 납품으로 메모리 경쟁력 회복 기대가 커지는 시점에서, 노사 갈등이 '그림자 변수'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9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93.1%로 안건이 가결되며 쟁의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투표에는 약 6만6천 명이 참여해 73.5%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6만1천여 명이 찬성했다. 재적 조합원 약 9만 명 규모를 고려할 때 사실상 조직 전체의 의사가 결집한 결과다.

이달 초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 이후 예고된 수순이지만, 실제 수치가 '압도적 찬성'으로 나타나면서 노사 간 긴장 수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노조는 이미 4월 23일 총집회와 5월 총파업을 포함한 단계적 투쟁 로드맵을 제시한 상태다.

*그림*

◇ '성과급'이 촉발한 구조적 갈등…타협 여지 좁아져

이번 갈등의 핵심은 임금 인상률이 아니라 성과급(OPI) 제도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화와 상한 폐지를 '타협 불가' 조건으로 못 박고 있다. 기존 체계가 복잡한 산식과 상한선으로 인해 실질 보상을 제약하는 '깜깜이 구조'라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반면 사측은 상한 폐지 시 사업부 간 실적 격차에 따른 보상 불균형이 확대되고, 재무 안정성과 투자 여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양측 논리가 구조적으로 충돌하는 만큼 단기간 내 접점 마련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성과를 내며 보상 수준을 끌어올린 상황은 삼성전자 내부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상 체계에 대한 불만이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조직 결속을 강화하는 촉매로 작용한 셈이다.

◇ "72% 조직화" 달라진 힘의 균형…파업 현실성↑

이번 국면이 2024년 파업 당시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노조의 규모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삼성전자노조동행 등 3개 노조를 아우르는 공동투쟁본부 조합원은 약 9만 명으로, 전체 직원 12만5천명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2년 전 전삼노 중심의 파업 당시 조직률이 약 24% 수준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영향력은 질적으로 다른 수준이다. 단순한 상징적 파업을 넘어 실제 생산·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투표에서 확인된 높은 찬성률 역시 이러한 조직 기반을 반영한다. 노조 내부에서 이미 총파업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 부분 형성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메모리 경쟁 국면 변수…HBM 주도권에도 영향 가능성

문제는 시점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 등 차세대 메모리 경쟁에서 주도권 회복을 노리는 상황이다.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 확대 움직임과 글로벌 빅테크의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생산·품질·납기가 정밀하게 맞물리는 반도체 사업 특성상 파업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공급 안정성에 대한 시장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주요 고객사 대응과 개발·양산 일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HBM4 등 차세대 제품 경쟁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에 HBM4를 먼저 대량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SK하이닉스의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제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여부는 직군별 참여도, 공정 특성, 대체 인력 투입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2024년 무기한 총파업 당시에도 회사 측은 생산 차질은 제한적이었다고 밝혔지만, '무파업 경영' 원칙이 깨지며 대외 신뢰도에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삼성전자의 보상 체계와 노사 관계 구조 전반을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AMD와의 협력 확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로부터의 기술 경쟁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며 메모리 경쟁력 회복 기대가 커지는 시점에 노사 갈등이 겹치면서, 삼성전자의 전략 실행력 자체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 급등과 주요 고객사에 대한 납품 등 분위기가 막 좋아지는 시기에 노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가 또다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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