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정지이·현대해상 정경선 승계 시동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현대가(家) 3세들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며, 창업주인 고(故)정주영 선대 회장의 도전과 혁신 정신이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다.
그중 조선·에너지·기계 산업의 중심에는 정기선 HD현대[267250] 회장이 있다. 작년 회장에 취임하며 오너 경영 시대를 연 그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과 함께 현대가 3세 경영의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 잡았다.
정 회장은 작년 10월, 수석부회장에 선임된 지 11개월 만에 43세의 나이로 HD현대의 회장직에 올랐다.
이는 단순한 지위 변화가 아니라 미국과의 협력사업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조선소의 디지털 전환 등 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는 차원으로 풀이됐다.
HD현대그룹은 조선 부문, 정유 부문, 건설기계 부문에 걸쳐 계열사 32곳을 거느리고 있다. 자산 총액은 약 88조7천200억원에 달한다.
지주사인 HD현대를 정점으로 그 아래에 핵심 사업 부문별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조선), HD현대오일뱅크(정유·에너지), HD현대사이트솔루션(건설기계·산업차량)을 두고 있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인공지능(AI) 접목을 통한 혁신을 통해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정 회장이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조선소의 미래(FOS·Future of shipyard)라는 프로젝트로 추진되는 디지털 전환이다.
FOS가 완전히 구현된 3단계에 도달하면 AI가 축적된 데이터를 학습하고 휴머노이드 로봇과 장비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며, 품질과 안전까지 스스로 관리하는 완전 자율화가 가능해진다.
과거 정주영 창업주가 울산 미포만의 황량한 모래사장에서 시작해 실물 조선소를 쌓아 올렸다면, 손자인 정기선 회장은 가상 세계에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현실 세계의 기계, 장비, 사물 등을 가상 세계에 구현한 기술) 기술로 조선소를 짓고 있다.
정기선 회장의 또 다른 특징은 강력한 글로벌 지향성이다. 그는 미국과의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HD현대는 작년 10월 미국 헌팅턴잉걸스와 합의 각서를 체결, 헌팅턴잉걸스가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사업을 수주하면 HD현대가 설계·건조 파트너로 참여하는 방식의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HD현대는 또 전북 군산조선소를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최대 주주인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에 매각하기로 했다. 약 7천억~1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매각 자금은 미국 조선소 투자와 조선소 자동화 등에 투입될 것으로 관측됐다.
정 회장의 글로벌 프로젝트는 마스가에서 그치지 않는다.
HD현대는 작년 12월 인도 타밀나두 주 정부와 신규 조선소 설립 추진을 위한 배타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20억달러(약 2조9천366억원)규모 조선소 설립을 염두에 둔 것으로, 계획대로라면 인도와 베트남,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를 잇는 HD현대의 해외 조선 벨트가 완성된다.
1970년대 정주영 선대 회장의 중동 진출을 연상시키는 거침 없는 행보다.
정기선 회장은 지난 1월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인도는 해외 생산거점 다변화 전략의 핵심으로, HD현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 현대그룹 정지이·현대해상 정경선…3세 경영 준비
현대그룹에서는 현정은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가 차세대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정 전무는 2006년 현대유엔아이 전무를 거쳐 2019년부터 현대무벡스 전무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무벡스는 물류 자동화와 자율주행로봇(AMR), 무인운반차(AGV) 등 AI 시대에 적합한 설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2020년대 들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계열사 내 거래에 만족하지 않고 진취적으로 시장을 개척해 쿠팡·네이버·우아한형제들 등 국내 유수의 이커머스 및 정보기술(IT)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한 결과다.
매출은 2020년 1천975억원에서 2025년 3천954억원으로 성장했고, 작년 8월 4천310원이던 주가는 현재 3만원대로 시가총액 역시 5천억원 수준에서 3조원대로 불어났다.
지난달 정 전무는 보유 중인 현대무벡스 지분 3.21%를 매각한다고 공시했는데, 이는 승계 작업을 위한 현금 유동성 확보가 목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해상그룹의 정경선 부사장은 1986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 미 컬럼비아대 대학원(경영학 석사)을 졸업했다.
현대해상은 정주영 선대회장의 7남인 정몽윤 회장이 이끄는 그룹이다. 정경선 부사장은 정몽윤 회장의 장남이다.
정 부사장은 2023년 현대해상에 합류하기 전까지 창업 활동으로 경력을 쌓았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공익재단인 아산나눔재단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2012년 사회적 기업 '루트임팩트'를 설립하고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영 행보를 시작했다.
2014년에는 지속가능한 가치 투자를 주로 하는 벤처캐피털(VC) 'HGI'를 설립했다. HGI는 현재도 현대해상 산하에서 임팩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정 부사장은 2023년 현대해상 입사 당시 최연소 임원이자, 업계 최초로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의 역할을 맡았다.
정 부사장은 국내외 ESG 분야에서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으로 회사의 브랜드 가치와 위상 제고에 힘쓰고 있다. 또 향후 현대해상의 시장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 비전을 수립하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jhhan@yna.co.kr
한종화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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