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황병극의 파인앤썰] 가격폭등이 부른 보유세 부담

26.03.19.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의 '2026년 공시가격(안)' 발표를 계기로 부동산 세금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서울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5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주택 보유자가 부담해야 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합친 보유세가 큰 폭으로 늘어난 탓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으로 지난해보다 9.16% 상승했다. 그동안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컸던 서울은 18.67% 급등했고,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 등 강남 3구는 무려 24.7% 치솟았다.

이처럼 과세표준의 기초가 되는 공시가격이 상승하면서 강남 3구와 이른바 '한강 벨트' 지역의 보유세는 전년보다 5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84㎡는 공시가격이 작년 34억3천600만원에서 올해 45억6천900만원으로 33% 올랐고, 보유세는 1천829만원에서 2천855만원으로 56%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선 데다 중동발 고유가 현상으로 기준금리 인하마저 물 건너간 상황이다. 여기에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이 커진 만큼 앞으로 아파트 매도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에 대해서 양도소득세 중과를 다시 시행하기로 했을 뿐 앞으로 부동산 세금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않았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보유세 인상은 단지 지난해 부동산 시세 변동분이 공시가격에 반영됐을 뿐이다. 정부는 초고가 아파트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도 손질한다는 계획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상향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인상되면 세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주택 보유비용이 상승하면 부동산 투기심리를 차단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나 과세에 대한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부동산 세금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커 보유세 인상이 불필요한 부유세와 징벌세 논란만 증폭할 수도 있다.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이 한꺼번에 늘어나면 불필요한 조세저항을 낳고 세금 부담이 자칫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유세 인상에 앞서 과거 부동산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편법을 손질하는 게 먼저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임대주택이 사라지고 전월세 가격이 올라 세입자의 부담만 커진다는 근거 없는 논리에 휘둘려 집행했던 정책도 적지 않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이란 미명하에 추진됐던 임대사업자 및 다주택자에 대한 혜택이 대표적이다. 임대주택의 안정적 공급이란 이름 뒤에 숨어 실제로는 각종 세제 및 금융 혜택을 누리면서 부동산 투기를 일삼고 집값 폭등의 수혜까지 챙기는 다주택자들이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세금 문제는 마지막 수단이다. 전쟁으로 치면 세금은 핵폭탄 같은 것"이라며 "금융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취지로 풀이된다.

물론 세금이 만능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낮은 보유세 실효세율을 현실화하는 등 부동산 세제의 정상화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과 납세자들의 조세 저항 등을 감안해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거래세를 낮추거나 미국처럼 매입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는 등의 조치도 함께 고려해 보면 어떨까 싶다. (편집국장)

eco@yna.co.kr

황병극

황병극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