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물산 부당합병' 1년 6개월만 첫 변론기일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김학성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재판에서 "제일모직에 대한 삼성물산의 합병가액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춰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 측은 "위법과 삼성물산 주주의 손해는 없다"고 맞받아치며 공방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정용신)는 19일 오후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피고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최치훈 전 삼성물산 사장 등 당시 의사결정에 관여한 인사들과 삼성물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포함됐다.
재판이 시작된 건 2024년 9월 사건 접수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이번 소송은 소멸시효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졌다.
◇"막대한 손해"…삼성 관계자 '위법'·공단 내부자 '방조' 지적
국민연금공단 측은 이날 손해배상 책임 유무를 가리는 부분에 집중했다.
국민연금 측은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의 위법행위로 구 삼성물산의 단일 최대주주였던 원고에게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대략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맞바꾸는 합병(합병비율 1:0.35)을 결의했다. 그해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은 가결됐다.
국민연금 측은 "해당 합병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피고 이재용 당시 부회장이 최소한의 개인 자금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는 제일모직 주식의 합병가액에 대한 구 삼성물산의 주식 합병가액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게 산정되도록 함으로써, 이재용을 포함한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합병 후 존속회사 지분율을 높이고 국민연금의 존속회사 지분율을 낮추고자 여러 위법 행위를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 합의체 판결문에도 이런 내용들이 확인돼 있다"며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해당 합병이 이루어졌다는 내용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측은 "합병의 타당성이나 시점·가격의 적정성 등에 대해서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비율을 적용함으로써, 자본시장법 위반 등 각종 위법을 범했다"고 덧붙였다.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 등 공단 내부자들은 이러한 행위를 방조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측은 "이들은 원고의 이사 또는 업무 집행 지시자로서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 의무를 위반해서 원고의 손해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형사재판에서의 무죄와 별개로 민사재판에서 각종 증거를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피고들은 형사 판결에서 위법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주장하지만, 유죄 판결을 내릴 정도로 단정을 낼 수 없다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삼성 측 "삼성물산 주주 손해 없다…위법행위 없어"
삼성 측은 원고가 주장한 위법행위 자체가 없고, 합병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입은 바도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7월 이재용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대법원 무죄 확정판결을 끌어냈던 김유진 김앤장 변호사는 이번 민사소송에도 이 회장의 대리인으로 나섰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고 직접적 쟁점이 전적으로 동일한 관련 형사사건과 합병 무효 등 민사사건에서 원고 대리인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며 "단지 유죄를 인정할 정도의 증명이 안 됐다는 게 아니라 원고 주장과 정반대의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 대리인도 제일모직과 합병을 통해 당시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상부의 지시에 따르느라 합병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문 전 장관의 대리인은 문 전 장관이 합병과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면서 단지 규정에 따라 의결권 행사를 승인한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권남용죄 유죄만을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홍 전 본부장 대리인은 합병이 무산됐더라면 오히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하락해 국민연금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국민연금, 피해자·가해자 지위 중첩"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소액주주들이 국민연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에선 국민연금이 피고인 점을 언급하며, 피해자 지위에서의 논리 구성을 다시 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국민연금이 피해자로서 진행하는 사건에서의 상당인과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서로 공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했다는 내용에 대한 주장 입증도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소액주주 손배 사건을 비롯해 메이슨·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등 관련 소송들의 내용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을 잡을 것을 요구했다.
예시로는 메이슨 ISDS 사건에서 1주당 1만2천352원 피해가 인정된 것,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특검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리서치팀이 국민연금 손해액을 1천387억9천900만원으로 산정한 것, 주식매수 가격 결정 사건에서의 산정 등을 제시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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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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