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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김동명 LG엔솔 대표는 사과하지 않았다

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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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요즘 주주총회장에 가면 자주 눈에 띄는 광경이 있다. 바로 대표이사의 '사과'다.

실적이 저조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배당을 적게 줘 미안하다며 자세를 낮춘다. 주가 부진은 주주의 질타와 대표의 사과를 부르는 '단골 소재'다.

잘못된 건 아니다. 주주의 돈으로 회사를 운영했는데 좋은 성과를 못 냈으니 당연히 미안해해야 한다. 주주의 말을 귀담아듣고 때론 달래주는 것도 주식회사와 대표이사가 해야 하는 일이다. 주주 입장에선 회사 대표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1년에 한 번 주총밖에 없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출처: LG에너지솔루션]

그런데 20일 LG에너지솔루션[373220] 주총은 달랐다.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무배당을 탓하는 주주는 있었지만, 대표이사의 사과는 없었다.

주총 의장을 맡은 김동명 대표이사(사장)는 처음부터 끝까지 침착했고 이성적이었다. 제3자가 보기에도 다소 과했던 주주의 질책이 억울할 법도 했지만, 한순간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대신 '미래'를 제시했다. 안건 상정 전 'CEO 키노트'를 준비해 시장 상황을 진단하고 회사가 어떤 전략으로 돈을 벌지 이야기했다.

사업 환경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주축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해 주주환원을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주주들이 원하는 배당을 하려면 일단 FCF 창출이 먼저다.

주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회사가 잘 나가면 주가는 자연히 뒤따라온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특정 목표를 제시해 주주의 기대를 높이는 행동은 일절 삼갔다.

지금 당장은 주주의 기대를 충족할 수 없지만, 조금만 믿고 기다려주면 미래에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였다. 그저 그런 사과보다 훨씬 현실감 있고 신뢰가 가는 태도였다. (산업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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