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격화하면서 글로벌 금융, 원자재, 자산시장도 폭격을 맞고 있다. 올 초만 해도 60달러 안팎을 오가던 두바이유는 어느새 160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치솟았다. 유가 쇼크로 초래된 인플레이션 우려는 각국의 국채금리 발작을 유발했고, 각국 중앙은행들은 사실상 금리인하 기조를 거두고 있다.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 또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부작용은 플라스틱과 비료 수급에도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산업과 농업에까지 치명적 여파를 미치고 있다. 경기회복과 성장에 대한 조심스러운 기대도 사그라들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이 쏘아 올린 미사일 수천발이 인명 피해를 넘어 경제에도 강력한 악재가 되고 있다.
중동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한 달도 채 안 되는 동안 벌어진 경제적 충격파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런 '의미 없는 전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출구전략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최소 석 달 이상 전쟁이 지속한다면 올해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연방 상·하원 의원 선출) 결과는 불 보듯 뻔해 보인다.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갤런당 4달러선에 육박하고, 디젤 가격은 5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파급력이 큰 유가가 이처럼 치솟으면 소비심리 악화는 물론 인플레이션 우려 확산, 금리 상승, 성장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더욱 촘촘해질 수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 휘발유 가격 상승에 누가 가장 큰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48%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했다. 정치인의 마음을 바꿀 수 있게 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유권자의 경제적 상황과 선거다. 어떤 식으로든 최소 2주 안에 출구전략이 마련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예상처럼 중동사태가 조기 종전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면 우리에겐 더없이 좋다. 다만 전쟁이 끝나도 당분간 후폭풍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속하고 집중된 정책 대응이라면 충분히 감내 가능하다고 본다. 정부가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은 그 밑거름이 될 것이다. 금융시장과 외환시장도 안정된다면 정부의 정책추진 여력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지금은 하루하루 시시각각 변하는 전시 상황과 그에 따른 대응에 집중하기도 벅차겠지만, 종전 이후의 상황에 대한 대응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중동사태가 확전되기 이전으로 모든 것을 되돌려 놓기 위한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뒤치다꺼리를 위해 또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18 xyz@yna.co.kr
시간을 전쟁 상황 이전으로 돌려보자. 자본시장과 부동산시장 정상화, 지방시대 전략은 어찌 보면 이재명 정부의 시그니처 정책이다. 정책 추진의 동력과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선 중동사태로 초래된 헝클어진 정책 집중도를 다시 재정비해야 한다. 그래서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정상화 정책은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늘 역공을 취하고 싶은 세력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어찌 보면 그들에겐 현재의 어수선한 상황이 호기가 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중동사태로 초래된 여러 경제적 상황을 거론하면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흩트려 놓으려는 시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어서 더 그럴 수 있다. 속도를 강조하는 대통령의 의지와는 달리 완급조절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정상화를 위한 정책은 속도와 함께 꾸준함이 필요하다.
일본 아베노믹스의 핵심 정책은 '대담한 금융정책, 기동력 있는 재정정책, 그리고 일본 재흥 전략'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지방 창생 정책도 더해진다. 세 개의 화살로 비유된 금융·재정·재흥 전략은 2013년부터, 지방 창생 정책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부침이 있긴 했어도 꾸준히 추진된 이 정책들은 잃어버린 일본의 금융과 산업 상황을 탈바꿈해놨다. 1만에 머물렀던 닛케이지수를 5만을 넘어서게 했고, 도쿄 일극 체제는 지방으로의 국부와 산업, 인구 이전으로 완성됐다. 부동산 시장도 정상화의 길로 갔다. 10여년 넘게 지속된 정책 추진의 힘이다. 현재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부동산, 지방 확대 전략은 일본의 과거 정책과 사실상 결이 같다. 일본이 10여년 동안 추진해 성공한 정책을 우리가 단시일 내 완성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은 꾸준함이다. 중동사태와 같은 돌발 변수들은 언제든 발생한다. 그런데 그런 돌발 변수 출현 때마다 정책추진이 멈추고 막힌다면 결과는 뻔하다. 시장의 기대는 단순히 의지에만 기대지 않는다.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그에 맞춰 따라간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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