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코스닥 상장사 에스텍에 '자기 회사 주식(자사주)'은 단순한 주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과거 외부 세력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무사히 막아내고 경영권을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공개매수했기 때문이다.
이후 20년 넘도록 자사주를 계속 보유해왔지만, 이달 초 상법 개정안 시행으로 소각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AI 인포그래픽]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텍[069510]은 작년 말 기준 자사주를 250만주 보유하고 있다. 발행주식총수(1천91만주)의 22.91%에 달한다.
자사주를 처음 보유하게 된 건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지는 자사주가 전무했다. 최대 주주인 김충지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34%가량을 보유하고, 나머지는 소액주주와 기타 주주들이 들고 있는 구조였다.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03년 말이다.
시장에서 M&A설이 돌더니 장외기업 인성실업이 지분 14.48%(146만주)를 취득, 에스텍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인성실업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며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성화학이 등장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동성화학은 에스텍 경영권 확보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인성실업으로부터 에스텍 지분 전량을 사들이며 본격적으로 M&A에 시동을 걸었다. 장내에서 지분을 추가 매입하고 전환사채(CB)를 인수한 데 이어, 공개매수까지 시작했다. 그야말로 '총공세'였다.
에스텍은 동성화학의 경영권 확보 시도에 맞서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제한을 위해 각종 법적 조치를 동원했고, 동성화학 지분을 10% 이상 매입하는 '역M&A 전략'까지 구사하며 온 힘을 다했다.
결국 에스텍은 경영권을 지켜냈고, 2004년 12월 동성화학과 M&A 분쟁을 종결하고 양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각 사는 보유하고 있던 상대의 지분 정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에스텍은 자사주 250만주를 공개매수했다. 적대적 M&A 상황이 종료된 만큼, 주가 및 경영권 안정을 꾀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동성화학은 이 공개매수에 청약해 주요 주주 지위에서 내려왔다. 2005년 3월의 일이다.
[출처: 홈페이지 캡쳐]
이후 에스텍은 20년이 넘도록 해당 자사주를 계속 보유해왔다. 팔지도, 그렇다고 추가로 사지도 않았다.
이후 손바뀜을 거치며 최대 주주가 바뀌었지만, 자사주만큼은 그대로였다. 현재는 일본 포스터전기(Foster Electric)가 에스텍 지분 49.4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하지만 이제는 변화를 줘야할 시간이 됐다.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 6일 시행되며 에스텍도 자사주 처리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개정 상법은 기업이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 소각하고, 기존 보유 자사주는 법 시행 후 1년 6개월 내 처분하도록 규정한다.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 등 특정 목적은 예외가 인정된다. 다만 이사 전원이 서명한 보유·처분 계획을 주주총회에서 매년 승인받는 등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sjyoo@yna.co.kr
유수진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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