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설계 과정에서 '다주택 공직자'를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가 다시 정책 전면에 소환되고 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이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정책 무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방위 기강 잡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를 비롯해 입안, 보고, 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 주택 소유자, 그리고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배재할 것을 청와대는 물론 내각 전체에 지시했다.
전일 이 대통령은 이같은 소식을 엑스(X·옛 트위터)에 전하며 "주택보유가 많을수록 유리하도록, 집값이 오르도록 세제, 금융, 규제 정책을 만든 공직자들이 문제"라며 "그런 제도를 만든 공직자나 그런 제도를 방치한 공직자가 그 잘못된 제도를 악용해 투기까지 한다면 그는 비판을 넘어 제재까지 받은 게 마땅하겠지요"라고 꼬집었다.
◇ 文정부 'LH 사태'…정책 신뢰를 무너뜨린 결정적 사건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지난 2021년 LH 사태가 자리하고 있다.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시흥 등지의 토지를 개발 발표 이전에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이들은 내부 정보를 활용해 토지를 매입한 뒤, 보상금을 노린 이른바 '쪼개기 투자'와 농지 형식의 위장 매입, 수목 식재 등을 통해 보상 규모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정책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분노는 컸다.
특히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부패를 넘어 정책 설계 구조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데 있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공공 주도의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 정책을 집행하는 공공기관 내부에서 투기가 벌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책의 정당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렸다.
정치적 파장도 컸다.
LH 사태는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지면서 부동산 민심을 급격히 악화시켰고, 결국 여권의 참패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후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규제와 공급 정책 모두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정책 무력화' 상황이 나타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됐고,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등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지만,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않는다"…정책 설계부터 차단
전일 이 대통령의 다주택 공직자 배제 지시는 과거 LH 사태를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실패'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 정보를 보유한 공공이 동시에 시장 참여자로 기능하는 구조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성립할 수 없고, 결국 정책 효과도 왜곡된다는 판단이다.
정책을 설계하는 위치에 있는 공직자가 시장 이해관계를 동시에 가질 경우, 정책이 특정 집단에 유리하게 설계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실제 청와대 내부에서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비서관급 이상 다주택자 참모는 12명 안팎으로 문진영 사회수석과 조성주 인사수석, 김상호 보도지원비서관 등은 집을 팔거나 처분할 계획임을 공식화했다.
또 봉욱 민정수석, 이성훈 국토교통비서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권순정 국정기획비서관 등 2채 이상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 인사들 중 정책 설계에 직접 관여하는 이성훈 비서관은 주택을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정부 부처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정경제부 세제 라인과 국토교통부 주택정책 라인 등 핵심 정책 부서의 고위급 인사들은 대부분 1주택자 또는 무주택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위원회 또한 관련 정책 담당자 가운데 다주택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책 설계 단계에서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기조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런 면에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기존 정부들의 결이 다르게 읽힌다.
과거에는 세금이나 대출 규제 등 '시장 행위'를 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누가 정책을 설계하느냐'에 먼저 칼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작업으로 읽힌다. 정책 설계 단계에서 이해충돌을 차단하고, 시장 참여 유인 자체를 재구성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실행 측면에서 정책 설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를 어느 수준까지 배제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정책 신뢰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는 면에서는 시장의 신뢰 회복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국민의례 후 착석하고 있다. 2026.3.20 superdoo8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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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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