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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관료·은행장 '몸값' 높아진다…대기업 '러브콜' 쇄도

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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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롯데·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이 퇴임한 정통 금융 관료와 은행장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모시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고금리·중동 전쟁·상법 개정과 같은 경영상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의 자금조달 등 재무관리가 핵심 역량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C레벨급 '금융통' 인사가 회사의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이번주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경제·금융 전문가들을 대거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하영구 블랙스톤 한국법인 회장이 퇴임한지 1년 만에 거물급 금융계 인사를 맞이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정통 관료 출신의 금융·경제 정책 전문가인 고 전 위원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회사의 재무 전략과 리스크 관리, 중장기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 확보와 투명한 경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칼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6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금융위원장 출신 김석동 이사회 의장의 뒤를 잇는 성격이 짙다.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만큼 최 전 위원장의 넓은 시야로 기업가치 제고에 더욱 힘쓰겠단 취지로 읽힌다. 한진칼은 작년에도 박성호 전 하나은행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바 있다.

앞서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은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까지 전직 금융위원장 출신이 재계 이사회를 장악하는 모습이다.

은행장 출신들도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오는 24일 정기주총에서 조병규 전 우리은행장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롯데지주가 전직 은행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롯데그룹은 석유화학·건설·쇼핑 등 주력 계열사의 부진에 따른 재무 건전성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금융권 인사의 전문성을 빌려 자본 이슈를 덜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오랫동안 기업의 돈 흐름을 지켜보고 리스크 관리를 진두지휘해 온 경험을 바탕삼아 롯데그룹의 자본 운용 효율성을 높이는 데 조력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채권단과의 원활한 소통에도 가교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화학 소재 기업 효성화학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을, 삼성SDI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을 이달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작년부터 고려아연 사외이사로 있고,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심성훈 전 케이뱅크 은행장은 녹십자,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은 GS글로벌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금융권 한 인사는 "당국의 규제로 업무 부담이 큰 금융회사보다 경영에 목소리를 편히 낼 수 있고 처우도 좋은 대기업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주주환원 강화 기조가 강화되고 재무관리와 자금운용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금융권 및 당국과의 접점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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