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홍경표 기자 =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유럽 중앙은행들의 정책 경로도 바꿔놓을 전망이다.
3월 정책회의 이후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잉글랜드은행(BOE)의 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다. ECB 정책위원들도 공식 석상에서 매파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이러한 전망에 힘이 실린다.
◇ ECB, 인플레 안정 강조…4월 인상되나
ECB는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연속 6회 동결하면서도 중동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회의 직후에는 유로존 물가가 목표치를 크게 웃돈다는 전제하에 바로 다음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일부 통화정책위원 발언도 보도됐다.
월가는 이를 반영해 연내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던 전망을 뒤집고 잇따라 인상을 예상했다.
JP모건은 ECB가 4월과 7월 두 차례, 바클레이즈는 4월과 6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MUFG도 ECB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금리 인상이 일회성 조치로 끝날 가능성은 작다며 기준금리가 최소 2.50%까지 인상될 것으로 봤다.
이 은행은 "ECB의 분기 경제전망이 3월 11일까지의 시장 데이터에 기반해 산출되면서 에너지 충격의 영향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면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정책 입안자들이 소극적인 접근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도 ECB가 오는 6월과 9월에 금리를 25bp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ECB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ECB 정책위원인 요아힘 나겔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지난 20일 "이란 전쟁으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경우 ECB는 이르면 다음 달에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상황에선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악화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지속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보다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필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수아 빌루르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ECB는 유가와 가스 가격의 변동성에 대해 손 놓고 있지도 과잉 반응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해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월가는 금리 인상으로 목표한 성과가 달성될 경우 ECB가 금리를 '원위치'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성장 둔화 우려 때문이다.
JP모건은 물가 상승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2차 효과의 위험이 사라지면 ECB가 다시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에 한 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ECB가 성장률 둔화에 직면해 2027년 6월과 9월에 금리를 다시 2.0%로 인하해 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 '만장일치 동결' 뜻은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에서는 4년 반 만에 '만장일치 동결'이 나오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당초 시장의 예상은 7대 2 동결이었다.
BOE는 성명에서 "중동에서의 분쟁이 글로벌 에너지 및 기타 원자재 가격의 상당한 상승을 초래했으며, 이는 가계의 연료 및 공공요금 가격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기업 비용을 통해 간접적 영향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BOE는 또 향후 2개 분기 내 물가상승률이 3.0~3.5%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 물가가 4월부터 2.0% 목표치에 근접하며 안정될 것이라던 지난달 전망을 수정했다.
월가의 전망도 잇따라 수정됐다.
JP모건은 BOE가 4월과 7월에 각각 25bp씩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금리 동결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난 것으로, 당장 다음 달에도 BOE가 인상을 결단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씨티그룹은 당초 BOE가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으나, 지난주 BOE의 결정 이후 올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BOE의 만장일치 동결 결정이 올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사실상 없애고, 이란 전쟁이 발생하기 전과는 완전히 다른 정책 전망을 제시했다고 봤다.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금리 담당 책임자인 에드 허칭스는 향후 몇 달 안에 영란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현재로서는 올해 하반기에 최소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애버딘 인베스트먼트의 금리 관리 투자 이사인 매튜 아미스는 현재 상황을 영국을 포함한 유럽 국채 시장에 '완벽한 폭풍'이라고 분석했다.
아미스 이사는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BOE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영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다"며 "현재 시장이 인플레이션 급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직 성장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에는 주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hjlee2@yna.co.kr
이효지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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