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코스피가 미국과 이란의 확전 우려에 5%대 폭락하며 5,400선으로 주저앉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8시간 최후통첩'과 영토 점령 등 극단적 시나리오가 부상하며 증시 변동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전쟁 발발 직후의 전저점을 다시 테스트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과도한 공포를 경계해야 한다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23일 오전 9시 55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56.48포인트(6.17%) 폭락한 5,424.72를 가리키고 있다. 장초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57.05포인트(4.91%) 내린 1,104.47을 기록 중이다.
달러-원 환율은 1,510원선을 터치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리스크 오프 분위기가 뚜렷하다.
◇왜 이렇게 빠지나…트럼프 엇갈린 발언 속 '극단적 시나리오' 선반영
시장 전문가들은 주말 사이 불거진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 속에서 시장이 최악의 '극단적 시나리오'를 선반영하며 하락의 골을 깊게 파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이란에 48시간 이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없을 경우 이란 전력 인프라를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도 동시에 해상 이란산 원유 제재를 일시 완화했다"며 "이 모순은 트럼프의 발언이 극단적이고 실제 군사력은 이동하고 있지만, 그의 핵심 관심사는 유가 관리라는 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융시장은 통상적으로 극단적 시나리오를 선반영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 연구원은 "극단적 시나리오를 상정해보면, 24일 미군의 카르그섬 등 영토 점령 개시 이후 이란이 자국 영토 내 에너지 시설과 주변 중동 국가들의 에너지 시설을 동시에 타격함으로써 중동 전반의 원유 공급이 사실상 전면 차단되는 상황을 그려 볼 수 있다"며 중동 지역 긴장이 극에 달하는 상황을 시장이 먼저 반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추가 하단 테스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는 "코스피가 극단적 시나리오의 불확실성을 선반영하여 하락한다면, 미-이란 전쟁 개시와 함께 저점을 기록했던 5,059(3/4), 5,096(3/9)를 테스트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궁극적으로는 자산 시장의 충격이 트럼프 대통령의 스탠스 변화를 끌어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김 연구원은 "과거 트럼프의 일관된 패턴은 '최대 압박 → 시장 반응 확인 → 우회, 완화 카드 병행'이었다"며 "유가와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흔들릴 경우 결국 그의 태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거시 경제 측면에서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이 물가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며 "유로존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상승을 반영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0.7%포인트나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물가가 높아지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은 후퇴하고 오히려 인상에 대한 우려가 일부 반영되고 있다"며 "당장 금리를 올리지는 않겠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신흥국·테크 중심 리스크 관리 vs "급락은 비중 확대 기회" 반론도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증권가에서는 리스크 관리와 역발상 매수 전략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현재 저점 대비 13.5%까지 반등해 단기간 내에 상당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되돌려져 타국 증시 대비 높은 변동성을 주의해야 한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현금 보유 전략과 펀더멘털 대비 낙폭이 과대한 대형주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날 개장 직후 시장의 공포 심리는 극에 달했다. 오전 9시 18분경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넘게 폭락(-5.11%)한 상태가 1분 이상 이어지며 유가증권시장에는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반면 과도한 공포를 경계하며 현재의 단기 변동성을 비중 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시장을 이끄는 실적과 정책 모멘텀이 더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주요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친화 정책 강화 모멘텀과 실적 전망 상향 조정, 선행 주당순이익(EPS) 레벨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하며 "유가, 금리, 달러가 임계치에 도달하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과거 돌발 악재 발생 시의 가격 조정 수준을 고려할 때 단기 변동성은 오히려 주식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증시에서는 지정학적 위기 고조에 따른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리스크 오프(위험 회피)' 물량이 쏟아지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천748억원, 8천545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국민주 삼성전자(-5.02%)와 SK하이닉스(-6.16%)가 5~6%대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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