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하고 석유를 무기로 삼는 것은 21세기 패권 경쟁의 새로운 단계를 상징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이 경쟁은 핵심 원자재와 에너지의 통제권으로 정의될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격렬한 공습에 직면한 이란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본 적 없는 규모의 에너지 공급을 무기로 삼아 반격을 시작했다.
이란은 세계 석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마비시켰고, 지난주에는 이란 가스전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공장이 위치한 카타르의 라스 라판을 타격했다.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48시간 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들을 타격해 초토화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전쟁이 장기화하고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쟁 시작 이후 이미 50%나 폭등한 유가에 더해 추가적인 충격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은 대략 두 배로 뛰었다.
WSJ은 "이는 세계 경제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놀라운 대목"이라며 "군사 및 경제 권력의 뿌리가 소프트웨어와 정보에서 다시 석유와 희토류 금속, 산업 생산력과 같은 단단하고 물리적인 자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추가적인 증거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자원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들이 겪을 위험은 광범위하다. 무엇보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고, 경기 침체 위험은 물론, 인공지능(AI) 구축 및 미래 군사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약 90%를 장악한 통제권을 활용해 무역 협상에서 미국을 압박한 바 있다. 자동차와 무기,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희토류에 대한 공급 통제권을 행사해 미국의 요구 사항을 완화하도록 강요했다.
런던의 정치 리스크 자문사인 애저 스트레티지의 앨리스 가워 파트너는 "강대국 간 경쟁이 기본으로 돌아갔다"며 "즉, 현대 경제와 군대가 돌아가는 물리적 자원을 누가 통제하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 핵심 광물, 산업 생산력은 단순한 경제적 자산이 아니라 레버리지(지렛대)"라고 강조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에드워드 피시먼 연구소장은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소프트웨어가 왕이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지정학을 움직이는 물리적 제약은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우리가 본 가장 효과적인 경제 전쟁은 중국의 희토류 금고 조치였다"며 "이란을 통해서는 미국이 여전히 물리적 요충지의 변덕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WSJ은 "셰일 시추에 힘입어 미국은 대규모 수입국에서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으로 변모했지만, 원유 가격은 세계적으로 책정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 내부의 풍요로움도 국제적인 공급 충격과 가격 폭등으로부터 미국인들을 완전히 보호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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