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미국에서 은퇴 및 연금 자금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장을 형성한 버퍼형 상장지수펀드(ETF)가 한국 시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첫발을 내디뎠다.
하락장을 방어한다는 획기적인 구조에도 불구하고 단기 방향성 투자를 선호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성향과 자본시장 인프라의 제약이 맞물리면서 당초 기대만큼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ODEX 미국S&P500 버퍼 3월 액티브'의 순자산은 780억 원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최근 1년간 316억 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동일 운용사의 일반 S&P500 ETF에 3조 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후속 상장된 6월물 역시 설정 이후 추가 자금 유입이 전무한 상태며, 삼성자산운용은 9월물부터는 후속 시리즈 상장을 중단했다.
인기 테마가 등장하면 여러 운용사가 앞다퉈 유사 상품을 쏟아내는 국내 ETF 업계의 문화를 고려할 때, 1년이 지나도록 후발 주자가 등장하지 않은 점은 버퍼 ETF의 척박한 현실을 방증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투자 문화에 버퍼형 ETF가 맞지 않았다고 지목한다. 미국 버퍼 ETF 시장은 장기 보유를 전제로 하는 연금 투자자가 주도하며 탄탄한 수요 기반을 다졌다. 반면 한국 ETF 시장은 레버리지나 인버스 등 시황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하는 매매 수요가 큰 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은 연금 계좌를 통해 사서 묻어두는 장기 투자 문화가 정착됐다"며 "하지만 매매 호흡이 상대적으로 짧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1년이라는 아웃컴 기간을 꼬박 채워야만 수익 구조가 완성되는 버퍼 ETF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목표 수익 구조는 달러 기준으로 정해지는데, 상품 자체는 환노출형으로 설계된 점도 투자자들의 직관적인 이해를 흩트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첫 성과 측정 기간에서 확인된 구현 비용과 괴리율 등 구조적 딜레마도 투심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버퍼 ETF는 국내 자본시장 인프라 제약상 현물 대신 선물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한미 금리 차이로 인해 참조자산 대비 4%포인트가 가까이 수익률이 깎였다. (연합인포맥스가 3월 25일 오전 송고한 '삼성운용 버퍼 ETF 첫 성적표…수익 상한선 아래서 4%p 격차' 기사 참고) 하락장을 저비용으로 방어한다는 상품 본연의 매력이 구조적인 구현 비용 탓에 일부 희석된 셈이다.
유동성 공급(LP)의 한계에 따른 만성적인 할인 거래(마이너스 괴리율)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버퍼형 ETF는 지난 1년간 4거래일 중 1일꼴로 할인폭이 1%를 넘었고 지난해 4월 급락장에서는 시장 가격이 순자산가치(NAV)를 3%가량 밑돌기도 했다.
한 증권사 LP 담당자는 "버퍼 ETF는 복잡한 옵션 포지션을 실시간으로 복제해야 하므로, 온전한 헤지를 할 수 없는 상품"이라며 "헤지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호가 창을 넓게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까다로운 운용 구조 속에서도 국내 시장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도입하려 한 점은 의미 있는 시도라는 시각도 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버퍼 ETF는 합성 구조가 아닌 만큼 슬리피지, 금리차 등 구현 비용을 누가 운용하더라도 피할 수 없다"면서 "다만 국내에 없던 구조를 처음 들여온 것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ETF CHECK]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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