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비공개에 따른 경제적 비효율…LP 호가 스프레드 벌어져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코스닥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 전 종목 유출에 따른 선행매매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자산구성내역(PDF) 공개 방식 개편을 둘러싼 논의도 나오고 있다.
PDF를 공개하지 않는 미국식 불투명·반투명 액티브 ETF 모델도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시장 안착에 성공하지 못했다. 포트폴리오를 숨기는 것만으로는 선행매매의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프런트러닝(선행매매) 방지책으로 미국식 프록시(대리) 바스켓 도입 및 PDF 지연 공개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001년 액티브 ETF에 관한 콘셉트 릴리스 때부터 프런트러닝 위험을 우려했다. 포트폴리오를 매일 공개하면 외부 투자자가 펀드의 매매 방향을 예측해 먼저 거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SEC는 2008년 최초의 액티브 ETF를 승인하면서 매일 포트폴리오 100% 공개를 조건으로 부여했다. 하지만 대형 뮤추얼펀드 운용사들은 고유 운용 전략 노출을 우려해 ETF 시장 진입을 주저했고 그 결과 약 10년간 미국 액티브 ETF는 대형주 및 초단기채권 상품 위주로만 제한적인 성장을 보였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19년이다. SEC는 규정(Rule 6c-11)을 제정해 포트폴리오를 비공개하는 반투명(Semi-Transparent) 및 불투명(Non-Transparent) 모델을 예외적으로 승인했다.
SEC가 승인한 모델 중 완전 불투명 구조는 ETF를 설정하는 지정참가회사(AP)조차 편입 종목을 파악할 수 없다. 수탁은행이 AP 대리인 자격으로 블라인드 계좌를 통해 설정·환매를 대행하며 유동성공급자(LP)에게는 1초 단위의 검증 장중 지시가치(VIIV)만 제공된다.
반투명 모델은 두 갈래다. 편입 종목명은 공개하되 비중을 최대 ±20% 범위에서 난수화하는 방식과 실제 PDF 대신 이와 유사하게 움직이도록 설계된 가상의 대리 포트폴리오(프록시 바스켓)를 매일 발표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프록시 바스켓은 후자에 해당한다.
해당 제도로 피델리티를 비롯한 대형 운용사들이 잇달아 반투명 ETF를 내놨지만 시장 안착에는 이르지 못했다. 글로벌 ETF 리서치업체 ETFGI에 따르면 미국 내 반투명·불투명 ETF의 총 운용자산은 액티브 ETF 전체의 1.8%에 그쳤다. 가장 인기를 끄는 액티브 ETF 운용사인 아크 인베스트먼트(ARK Invest)의 상품도 매일 포트폴리오를 100% 공개하는 완전 투명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의 외면을 받은 주된 이유로는 포트폴리오 비공개에 따른 경제적 비효율이 지목된다. LP가 정확한 편입 내역 없이 차익거래를 수행하다 보니 호가 스프레드가 벌어졌고 투자자들 역시 편입 종목을 알 수 없는 상품을 기피했다.
업계에서는 애초에 ETF의 핵심 경쟁력이 투명성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뭘 담고 있는지 매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일반 공모 펀드 대비 ETF가 투자자의 선택을 받은 핵심 배경인데 포트폴리오를 숨기는 순간 이 장점이 크게 훼손된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 반투명 ETF 모델이 존재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중화에 성공하지는 못했다"며 "투명성이야말로 ETF가 가진 최대 장점인 만큼 이를 인위적으로 가리는 방식에는 장단점이 뚜렷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코스닥 액티브 ETF의 경우 이 투명성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대형주 비중이 커서 표본 추출만으로도 지수 추종이 수월한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상위 종목 집중도가 낮고 개별 종목의 유동성이 얇다.
편입 종목의 시가총액이 작은 만큼 ETF 자금 유입만으로 주가가 크게 요동칠 수 있고, 편입 내역이 공개되는 순간 선행매매와 추종매매에 따른 시장 충격이 코스피보다 훨씬 크게 작용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PDF 사전 공유가 얼마나 큰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는지 업계 전체가 체감하게 됐다"며 "무작정 포트폴리오를 숨기는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유연하고 정교한 정보 공개 룰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작]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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