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낯선 이름이자,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FICC의 '네임드'가 iM증권 사장 후보로 낙점됐다는 소식에 고개를 갸웃한 이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이도 있었다. '메리츠 DNA가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iM증권의 수장으로 간다'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난 2월 임추위 결의에서 대표이사 후보로 박태동 IBK투자증권 수석전무를 추천했던 iM증권은 전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했다. 임기는 2028년 3월까지다.
1969년생인 박 대표는 하나은행과 BNP파리바를 거쳐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DS투자증권, IBK투자증권에서 트레이딩과 S&T 부문을 총괄했다. 지주나 은행 출신이 아닌, 말 그대로 '증권맨'이다. iM증권은 그의 증권업 전문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전과의 대비는 분명하다. iM증권이 '은행 DNA'에서 '시장 DNA'로 방향을 틀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전임 대표는 DGB금융지주 전략기획부장과 전략경영본부 부사장, 대구은행 부행장을 거쳤다. 부임 이후 부동산 PF 손실을 정리하고 실적을 개선하면서 연임 가능성도 점쳐졌다.
이번 선택은 전혀 다른 방향이다.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DGB는 라이벌인 BNK와 달리 금융투자업에 열정을 보여왔다. 고점에서 인수한 탓에 고전했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증권사 자금 수혈에 나섰다. 지주 자체도 지방은행에서 탈피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였다. 지주에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발탁 인사도 있었다. 그런데도 업계에서는 iM증권 사장 연임 아니면 또 다른 '지주라인' 인사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외부 인사, 그것도 트레이딩 출신 대표를 택했다. 이전 대표들 가운데 증권맨 출신도 있었지만, 대부분 다른 증권사에서 대표를 지냈던 경력자이면서 관리형에 가까웠다.
신호는 이미 나와 있었다. 은행채 DCM 1위 팀을 통째로 영입했고, 대표이사 직속 채권사업실도 신설했다.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고 북 운용과 딜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다. S&T 전문가인 수장과 업계 최고 수준 대우를 받는 채권 인력 10명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진짜 뭔가를 해보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또 iM증권은 '리테일 영업 전문가' 채용에서 2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어 여의도를 놀라게 했다. 월평균 영업수익 1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경력직 PB가 이직할 경우 사이닝보너스 1억원, 1년간 실적을 유지하면 러닝개런티 1억원을 추가로 주는 구조다. 연봉과 성과급은 별도다. PF 상흔을 거의 지운 지금, 자본을 사용하지 않는 수익원을 확대해야 하는 iM증권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박태동 대표는 FICC의 산증인이다. 외환·금리·원자재 등 현물과 파생상품을 다루는 FICC는 외부로 드러나는 부문이 아니다. FICC가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많던 시절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15년 전 일부 대형사들이 글로벌 IB를 벤치마크하며 상품개발·세일즈·운용·결제를 하나로 묶기 시작했을 때, 그는 그 흐름 한가운데에 있었다.
특히 시장 거래(flow)와 고유 운용(prop)이 한 북에서 움직이는 S&T를 그는 삼성증권 FICC팀장 시절부터 선도해나갔다. 지금 S&T는 증권사 실적의 핵심축이 됐다. 사실상 진검승부는 여기서 갈린다
1999년 채권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딛은 그의 커리어에서 메리츠를 빼놓을 수 없다. 2012년 7월 메리츠에 합류했는데, 메리츠에도 남다른 시기다. 메리츠증권이 종합금융업을 추가하면서 채권운용 잔고가 대폭 늘어났고, 채권 관련 영업 기회도 많아지자 김용범, 최희문 등 채권시장 1세대 스타 운용역 등이 메리츠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메리츠는 달라졌고, 오늘날 메리츠는 그즈음 모인 이들이 만들어냈다.
박 대표는 메리츠종금증권의 글로벌트레이딩 본부를 맡고서 중소형 하우스로서는 믿기 힘든 숫자를 만들어냈다. 대형사 못지않은 실적을 한번이 아닌, 꾸준히 내면서 메리츠의 박태동은 에이스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돈을 버는 플레이어에게는 그에 걸맞게 대우하고 역량을 발휘할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메리츠의 지론이 극대화한 곳도 이 본부다.
오랜 기간 그를 지켜본 이는 "감각적 트레이더 타입이라기보다는 시스템을 갖추고 체계적으로 전체 조직을 운용하는 스타일"이라며 "iM증권에 잘 맞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인사는 단순한 대표 교체가 아니다. 보수적 색채가 짙은 iM금융지주가 스스로의 문법을 깨고 던진 승부수에 가깝다. 은행 중심의 안정 대신 시장 중심의 변동성을 택했고, 관리형 리더 대신 성과형 트레이더를 전면에 세웠다. 성과주의가 가져온 변화를 명확히 하는 수장과 성과로 몸값을 증명해온 여의도 키맨들의 만남. 박태동 체제가 iM증권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여의도의 시선이 그를 향해 있다. (증권부장)
sykwak@yna.co.kr
곽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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