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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5조원으로도 깨우지 못한 채권시장의 야성

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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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26일 채권시장의 하루는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재정경제부가 점심 무렵 5조원 규모의 국고채 바이백 계획을 발표하자 3년물 금리는 다소 큰 폭으로 밀리며 뚝 떨어졌다.

정부가 다시 시장 안정을 위해 나선다는 신호 하나로 시장이 움직인 것이다.

다만 이같은 움직임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장 마감으로 가면서 강세폭을 대부분 되돌렸다.

민평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1bp 내린 3.545%를 나타냈다. 10년물은 0.5bp 하락한 3.850%, 30년물은 4.3bp 높아진 3.670%에 마쳤다.

반나절의 강세가 그날 바이백이 남긴 것이다.

중동 전쟁에 따른 비상경제 대응방안 발표하는 구윤철 부총리

이같은 결과를 두고 '실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바이백 발표 한 번으로 시장의 방향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중동 사태라는 변수가 여전히 시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고, 당일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주요국 금리도 모두 오른 점, 그리고 최근 몇 달 사이 손실이 누적된 상황에서 매수 여력이나 의지가 약해진 국내 기관들, 이런 삼중고에서 판을 뒤집기는 어려웠다.

당국도 이같은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바이백은 방향 전환 보다는 '당국이 지켜보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보는 게 맞다.

재정경제부 역시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유입될 예정인 만큼 지금 시점에서 안정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중동 사태로 이미 금리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속도 조절에 나서 필요가 컸다는 게 재경부의 생각이다.

바이백을 두차례에 걸쳐 하는 점 역시 시장의 반응을 보고 두번째 바이백 때의 효과는 더 늘려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재경부의 개입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채권시장의 반응이 다소 냉랭했던 이유는 있다.

우선은 바이백 구성 종목이다. 여기에 지표물과 바스켓 종목이 빠져있었고, 최근 가장 많이 흔들린 1~2년 단기구간보다는 10년물 비중이 가장 컸다.

재경부는 "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표물을 발행 당국이 되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지만, 시장 참가자의 시각은 달랐다.

채권시장의 한 딜러는 "지금 단기 구간이 가징 불안한 데 이 부분이 빠져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처방이 증상에 맞게 이뤄지지 않은 느낌이 시장을 실망시킨 대목이다.

재경부가 2차 바이백 때 흔들리는 종목 위주로 종합적으로 살피겠다고 한 만큼 그 말이 지켜질지가 관건이다.

*그림*

4월 국채발행계획에서 발행 축소분인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있다.

시장에서는 국채발행을 더 과감하게 축소해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18조원으로 전달보다 1조원 줄인 수치는 오히려 실망감만 키웠다.

정부 입장에서는 축소에 의미를 뒀겠지만, 시장이 기대치를 크게 높여놓은 터라 뉴스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연초 이후 이어진 채권시장의 취약성도 한몫했다.

중동 사태 이후 손실이 누적된 기관들은 바이백 발표로 시장이 강세로 가자 포지션을 줄이는 기회로 활용했다.

강세를 틈타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강세분을 되돌리는 악순환이 나온 것이다.

은행이나 연기금처럼 채권을 길게 들고 갈 수 있는 계정들이 중동사태를 이유로 아직 매수에 소극적이라는 점도 시장 체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날 바이백이 남긴 숙제는 분명하다.

'당국이 있다'는 신호를 시장이 받은 것은 분명하다. 개입이 나오지 않았다면 금리가 더 튀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시장이 실제로 불안해하는 구간을 포함한 바이백 종목 구성, 과도하게 시장의 기대를 높이지 않는 세심한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한 고려는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당국의 의지 표명을 넘어 실질적인 시장 안정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 시장팀 정선미 기자)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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