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반대한 국내 제약사들의 주주총회 안건들이 잇따라 통과됐다. 이사 수 상한을 줄여 집중투표제 효과를 약화하거나 자사주 활용 우회로를 만들 수 있는 안건 등이 여럿 포함되면서 일반 주주 권익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006280], 대웅제약[069620] 등 제약사들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상 목적에 따른 자사주 보유·처분 조항을 신설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들 기업은 자기주식을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 등 경영상 목적을 위해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국민연금은 분명한 반대 의사를 명시했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은 대웅제약과 녹십자 지분을 각각 10.32%, 7.86% 갖고 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AI 인포그래픽]
지난해 말 기준 녹십자와 대웅제약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각각 51.41%, 61.34%로, 지분 과반을 보유한 최대주주에는 지주사들(녹십자홀딩스·대웅)이 자리했다.
국민연금은 회사 지분 구조상 최대주주 등의 찬성만으로 해당 안건이 주총에서 승인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기타 일반 주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개정상법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활용이 제한되면서 기업들이 정관 변경 등으로 우회로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제동을 건 셈이다. 녹십자와 대웅제약의 전체 발행주식총수 대비 자사주 비율은 2.34%, 0.7%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자사주의 전략적 활용을 통해 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이 강화되고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이는 결국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주주분들께 더 큰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녹십자가 이번 주총 안건으로 올린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은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았다.
과거 2016년 녹십자는 15만 주의 자사주를 취득하며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그 목적으로 적었다.
다만 이번 계획상으로는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보유하거나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6일 기준 보통주 27만3천411주의 자사주를 갖고 있고, 보유 중인 자사주 전부를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취득해 보유하고 있다고도 공시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자사주 관련 외에도 양사 주총에선 이사의 수 상한을 축소하는 안건도 가결됐다. 특정 이사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에선 기업들이 이사 상한을 줄일수록 일반주주가 지지하는 이사를 선임하기가 어려워진다. 국민연금이 "일반주주의 주주제안 및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약화시킨다"고 의견을 내놓은 배경이다.
양사와 함께 종근당[185750]은 주총에서 이사 임기를 가변화하는 정관 변경안도 통과시켰다. 안건 통과로 이사 임기를 3년 이내에서 유연하게 정할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시차임기제를 활용할 수 있다. 이사의 임기를 분산시켜 전체 이사가 교체되는 시점을 지연시키고, 한 번의 집중투표에서 선임할 이사 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마찬가지로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이 약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약품[128940]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채이배 선임과 관련해서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받았다. 채 후보가 "공직자 윤리위원회취업승인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법령상 이사로서의 결격사유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국민연금의 반대표들 사이 '전부 찬성'을 받은 제약사도 있다.
바로 유한양행[000100]이다. 주요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주주명부 작성 비치, 이사의 수 및 선임 등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었다. 정관 변경안에는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전자주주총회 도입,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을 바꾸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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