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은별 기자 = 고 조석래 효성[004800]그룹 명예회장은 생전 '기술 경영'을 강조했다. 스판덱스 등에 선제 투자해 자체 기술로 세계 1위에 올라서게 한 그의 결단은 20세기 효성그룹의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뒤를 이어받은 조현준 회장 역시 부친과 마찬가지로 미래 기술 선제 투자에 힘쓰고 있다. 이는 효성중공업[298040]의 급성장과 같은 성과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출처: 효성]
29일 효성 등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의 기술 경영 원칙은 1971년 기술연구소 설립으로 처음 실현됐다. 국내 민간기업 최초의 기술연구소였다.
이곳에서 탄생한 것이 '섬유의 반도체' 스판덱스 기술이다. 스판덱스는 최대 5~8배까지 늘어나는 고탄성 합성 섬유다. 1990년대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던 스판덱스 기술을 조 명예회장은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그는 스판덱스 기술 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도, 이후 '사양산업'이라는 우려에도 굴하지 않고 투자를 이어갔다.
결국 효성은 1992년 자력으로 국내 최초 스판덱스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2010년 무렵에는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 스판덱스는 효성그룹을 성장 가도에 올려놓았다.
미래 신소재 탄소섬유의 국내 최초 개발, 폴리케톤의 세계 최초 상용화 개발도 조 명예회장의 손에서 탄생했다.
조 명예회장의 '기술 집착'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도 여럿 있다. 1967년 결혼식을 올리고 떠난 신혼여행지가 당시 동양나일론 기술 연수지였던 이탈리아 포를리였던 것이 대표적이다.
[출처: 효성]
조현준 회장은 조 명예회장의 기술 경영 유산을 잇고 있다. 조 명예회장이 인수한 한영중공업이 오늘날 'K-전력기기' 대표주자 효성중공업으로 재탄생한 배경에는 조 회장의 선제 투자가 있었다.
지난 2020년 조 회장은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인수했다. 미국 내 생산 거점이 향후 전력 인프라 시장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때의 인수를 계기로 효성중공업은 미국 내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 폭증에 적시 대응하면서 큰 폭의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매출은 2020년의 2배가 넘는 약 6조원을 기록했다.
조 회장의 선제 투자는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HVDC(초고압직류송전) 변압기 기술 고도화·국산화에 몰두하고 있다. HVDC는 HVAC(초고압교류송전) 대비 먼 거리까지 전력손실을 최소화하며 송전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효성중공업 창원 공장 내 HVDC 변압기 생산 시설 등에 3천300억원을 투입해 기술 국산화를 이뤄낸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네덜란드에 유럽 R&D 센터를 연 것도 한 사례다. 조 회장은 이 센터를 통해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전력 기술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ebyun@yna.co.kr
윤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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