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이란 전쟁 장기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국내 에너지 업종 대표 애널리스트가 "추천 종목이 없다"는 이례적인 결론을 내렸다.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체의 원료 재고가 4월 중순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30일 발간한 에너지·화학 위클리 모니터 보고서에서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체 보유 원재료는 4월 중순이면 크게 소진될 것"이라며 "입항 기간 4주를 감안하면 4월 중순~말부터 가동률 조정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사태 해결 전까지 추천 종목 없음을 유지한다"며 "현재 유리한 밸류체인은 미국 원유·정유·가스에 국한된다"고 못 박았다. 사실상 국내 에너지·화학 전 업종에 대한 투자 보류 권고다.
윤 연구원은 해당 섹터 장기 추천 포트폴리오의 누적 초과 수익률이 벤치마크(KRX 에너지화학) 대비 1,671%포인트에 달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다. 연합인포맥스 에너지·산업재 분야에서 2년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같은 결론의 배경에는 지난 23~27일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에너지 포럼 'CERAWeek 2026'가 있다. 윤 연구원은 총 3개 세션에 직접 참석해 8명의 패널 토론을 청취하며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해당 세션에는 제26대 미국 국방장관(2017~18년) 제임스 매티스, 전 4성 해군제독 제임스 엘리스를 비롯해 국무부 수석고문, 중동 전문 교수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윤 연구원은 "참석한 전문가 모두 쉽지 않은 협상을 전망했다"며 "장기화 시각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고 전했다.
특히 매티스 전 장관은 "초기 목표였던 무조건 항복이나 정권교체는 비합리적이었으며, 현재는 목표조차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항공전력만으로 전쟁을 종결시킨 역사적 선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강제 개방 가능성도 낮게 평가했다.
600마일에 달하는 페르시아만 해안선 전체에 24시간 경계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이란이 보유한 순항미사일과 고속정, 그리고 탐지와 제거가 어려운 현대식 기뢰 등이 상시 위협 요인으로 거론됐다.
외교적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란은 최소 2년간 전쟁 불가 보장, 통행료 징수권 및 제재 해제 등의 보상, 미군 기지 철수 등을 요구하고 있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를 수용하기는 극도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설령 호르무즈 해협이 극적으로 개방되더라도 공급망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선박의 아시아 운항에만 4주가 소요되고, 걸프 지역 정제설비의 30~40%가 타격을 입어 정상화에 3개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우케미칼 CEO는 공급망 완전 정상화까지 250~270일, 즉 약 8~9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해협 개방 시에도 통행 우선순위는 원유와 가스가 1순위이며, 납사 등 석유화학 원료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장 시황은 이미 극도의 혼란 국면에 진입했다.
WTI는 배럴당 99.64달러, 두바이유는 122.14달러를 기록 중이다. 정제마진은 주간 기준 39.1달러/배럴로 역대 최고치 수준이며, 일중 기준으로는 63.6달러까지 치솟았다.
석유화학 제품군에서도 아세톤이 한 주 만에 17% 급등했고 부타디엔(12%), 프로필렌(9%), 가성소다(8%) 등이 뒤를 이었다. 윤 연구원은 이를 "패닉바잉에 의한 역대급 혼란"이라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조속한 사태 해결 이외에 답은 없다"며 "주가는 실제 가동률 조정 여부와 상관없이 리스크를 먼저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므로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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