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보험사 주주총회가 얼추 마무리된 가운데 올해 키워드는 '주주 환원'이었다.
상법 개정에 대응하기 위해 정관 일부를 변경하면서 보험사들이 앞다투어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미래에셋생명은 보유 자사주의 약 93%에 해당하는 6천296만주 소각을 결정했다. 사실상 자사주 대부분을 없애는 이례적인 규모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배수진을 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DB손해보험은 작년 12월 자사주 141만6천주에 이어 이날 자사주 5.6%를 추가 소각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보였다. DB손보의 경우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환원 정책을 문제 삼아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해 표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DB손보와 얼라인 측이 추천한 후보가 각각 한 자리씩 맡으며 마무리됐지만, 통상 '원안대로 통과'되던 보험사 주총에 파문을 일으켰다.
현대해상은 보유 중인 자사주 12.29% 가운데 임직원 성과보상용 3%를 제외한 나머지 9.29%를 향후 2년 내 소각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이 임직원 성과급 등에 자사주 소각 일부를 활용하는 것에 제동을 걸었지만, 가결됐다.
삼성화재도 오는 2028년까지 자사주 비중을 5% 미만으로 낮추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 중이다.
과거에는 조용했던 보험사 주총이 행동주의 펀드와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통해 달래기에 나섰다. 특히 보험업종 주가는 자사주 소각 소식에 힘입어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 올해 들어 약 22%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주주환원 기대에 강세를 보였지만, '자사주 소각 축제'가 끝난 뒤에는 허무함만 남을 수 있다. 자사주 소각이 발행 주식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기폭제'는 될 수 있지만, 상승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실적과 배당에 근거한 본질적인 투자 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스피 올해 상승률 30%보다도 여전히 낮은 것도 같은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보험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직면해 신계약 창출을 통한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중동 사태에 따른 금리·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 변동성이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자산운용수익률과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관리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건전성 관리를 위한 보수적인 자본운용이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기존처럼 국채 중심의 운용전략만 고수할 수도 없다.
이에 정부에서는 생산적 금융에서 보험사의 활로를 찾고 있다. 보험업계도 생산적 금융에 향후 5년간 총 40조원을 투자하기로 뜻을 모았다.
보험 본연의 사업과 자기자본투자(PI)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한국형 버크셔 해서웨이'를 선포한 미래에셋생명의 행보가 눈에 띈다.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국내 대표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기업인 리벨리온 투자를 결정했다. 단순 자산운용을 넘어 혁신 기업에 직접 투자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결국 자사주 소각 이후 시장이 냉정하게 평가할 지점은 '지속 가능한 환원 능력'이다. 일회성 이벤트로 주가를 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을 증명해 꾸준한 배당 성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줘야 한다.
보험사들에 이번 자사주 소각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험대의 시작이다. (금융부 이윤구 차장)
yglee2@yna.co.kr
이윤구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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